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역사적 혁명과 광장의 권력 교체 패턴을 성찰하듯 시위대를 바라보는 관찰자의 뒷모습
반복되는 역사 속 광장과 권력의 변증법을 바라보는 시선.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권력은 왜 다시 권력을 낳는가

한국 정치와 반복되는 패턴

세계사 · 세계사-혁명 시리즈 ⑥ (완결편)


광장은 왜 다시 차오르는가

사람들이 광장에 모이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낡은 권력이 무너지는 순간을 기다린다. 그 장면은 1789년의 파리에도, 1917년의 페트로그라드에도, 1979년의 테헤란에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어딘가의 광장은 같은 이유로 채워지고 있다.

앞선 글에서 우리는 이란혁명이 세속 권력을 무너뜨린 자리에 어떻게 또 다른 절대 권력 — 종교 권력이 들어섰는지를 살펴보았다.

이 시리즈는 처음부터 하나의 질문을 따라왔다. 혁명은 왜 매번 새로운 자유를 약속하고, 매번 새로운 권력으로 끝나는가. 프랑스, 유럽, 러시아, 중국, 이란 — 다섯 개의 사건, 다섯 개의 시대, 다섯 개의 대륙. 그런데도 곡선의 모양은 놀랍도록 비슷했다.

마지막 편에서는 그 곡선을 하나로 겹쳐 놓고, 한국이라는 좌표 위에 그 선을 다시 그어본다.

다섯 개의 혁명, 하나의 곡선

1789년 7월, 바스티유가 무너졌을 때 파리는 자유를 선언했다. 그러나 5년 뒤인 1794년 7월, 로베스피에르의 단두대는 혁명을 지킨다는 이름으로 혁명의 동지들을 처형했다.

1848년 2월 파리에서 시작된 봉기는 유럽 전역으로 번졌지만, 그해 12월 나폴레옹 3세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1852년 제2제국을 선포하면서 혁명의 열기는 다시 하나의 권좌로 수렴되었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1871년,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한 폐허 위에서 파리코뮌이 짧게 타올랐으나, 두 달 만에 피로 진압되며 별개의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시기도, 배경도, 결말도 서로 달랐던 두 사건이었지만 — 봉기가 새로운 권력으로 수렴되거나, 진압되어 소멸하거나 — 결국 향한 곳은 같았다.

1917년 11월, 볼셰비키는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라는 구호로 겨울궁전을 점령했다. 그러나 1924년 레닌이 죽을 무렵, 소비에트의 권력은 이미 한 정당, 한 지도자에게로 좁혀지고 있었다.

1911년 신해혁명이 청 제국을 무너뜨렸을 때 중국은 공화국을 꿈꿨다. 그러나 그 꿈은 군벌의 시대를 거쳐, 1949년 10월 또 다른 절대 권력의 수립으로 귀결되었다.

그리고 1979년, 팔레비 왕정에 맞선 이란의 대중 봉기는 왕좌를 무너뜨렸지만,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세속의 자유가 아니라 새로운 신정 권력이었다.

한국의 현대사도 이 곡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1960년 4월, 학생과 시민이 만든 혁명은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렸다. 그러나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1961년 5월, 군부가 그 빈자리를 다시 차지했다. 1987년 6월 시민들이 되찾은 것은 직선제였고, 2016년에서 2017년 사이 광장을 채운 촛불은 대통령을 자리에서 내려오게 했다.

혁명의 표적은 언제나 권력자였으나, 혁명의 유산은 언제나 권력이라는 구조 그 자체였다.

권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형태를 바꿀 뿐

헤겔은 역사를 자유가 스스로를 실현해 가는 과정으로 읽었다. 정(正)이 반(反)을 만나 부딪히고, 그 충돌에서 합(合)이 태어난다. 그러나 헤겔의 변증법이 놓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다 — 합은 정의 완전한 소멸이 아니라, 정의 흔적을 품은 채 태어나는 새로운 필연이라는 점이다.

20세기 초 독일의 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는 이 현상에 이름을 붙였다. 그는 가장 민주적이고 가장 혁명적인 조직조차 시간이 지나면 소수의 지도부가 조직 전체를 장악하는 ‘과두제의 철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보았다. 대중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 결국 대중 위에 군림하는 소수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혁명이 왕정을 무너뜨리고도 새로운 소수 권력을 낳는 이유를, 미헬스는 이념이 아니라 조직 자체의 논리로 설명했다.

동양에서 한비자는 다른 각도에서 같은 지점을 겨눈다.

法不阿貴 (법불아귀)
“법은 신분이 높다고 아부하지 않는다.”

그가 더 근본적으로 통찰한 것은 권력의 공백이 결코 오래 비어 있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옛 권력이 무너지는 순간, 그 자리를 채우려는 힘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는 것 — 이것이 법가의 냉정한 인간관이었다.

철학은 모든 사건을 하나의 원리로 환원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같은 조건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 그 이유를 묻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혁명이 자유를 외치면서도 결국 새로운 통제로 귀결되는 이유가, 인간이 권력 없는 질서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인지, 혹은 권력을 무너뜨린 자들 스스로가 그 권력의 자리를 욕망하기 때문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역사는 이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 우리는 권력을 없애고 싶은가, 아니면 그 권력의 자리에 서고 싶은가.

혁명이 반복해서 증명하는 것

혁명은 권력을 없애지 않는다. 권력의 얼굴을 바꿀 뿐이다.

다섯 편의 시리즈를 관통하는 패턴은 결국 이 한 문장으로 좁혀진다.

프랑스는 왕정을 없애고 공포정치를 얻었다. 러시아는 차르를 없애고 당(黨)을 얻었다. 중국은 황제를 없애고 또 다른 절대자를 얻었다. 이란은 왕좌를 없애고 신정을 얻었다. 각 사건의 이념과 배경은 전혀 달랐지만, 권력이 진공을 견디지 못한다는 구조만은 동일하게 반복되었다.

이 패턴을 한국에 겹쳐놓을 때는 신중한 구별이 필요하다. 한국의 현대사는 프랑스의 단두대도, 이란의 신정도 겪지 않았다. 1961년 이후의 군부 권력은 다섯 혁명이 보여준 절대 권력의 재출현에 가까웠지만, 1987년과 2017년의 경험은 그 이전과는 다른 결말 — 권력의 교체가 유혈이 아니라 제도와 선거라는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결말을 보여주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라기보다,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제도적 성취일 수 있다.

그러나 형식이 달라졌다고 해서 구조까지 사라진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물과 정당의 이름은 교체된다. 다만 상대를 절멸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는 언어, 승자독식의 구도, 청산과 복수의 정치 문법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듯하다. 한국이 이 세계사적 곡선에서 완전히 벗어난 예외인지, 아니면 유혈이라는 표면만 바뀐 채 같은 곡선의 또 다른 국면을 지나고 있는 것인지는 여전히 열려 있는 질문으로 남는다.

중요한 것은 권력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바뀐 권력이 이전 권력과 무엇이 다른가를 계속 묻는 태도다. 그 물음을 멈추는 순간, 어떤 사회든 다섯 개의 혁명이 걸어간 길 위에 다시 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는 아직 광장에 있다

여섯 편에 걸쳐 다섯 대륙, 이백 년의 시간을 건넜다. 그 여정의 끝에서 남는 것은 결론이 아니라 질문이다.

권력은 무너지고, 다시 세워진다. 그 반복을 완전히 막을 방법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한 사회가 그 반복을 알아채고 있는가, 아니면 매번 처음 겪는 일처럼 놀라고 있는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한국이 지나온 여러 번의 권력 교체는 그 자체로 답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넘겨진 또 하나의 질문이었다.

멀리서 보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광장 한가운데 서 있을 때는 오직 지금의 함성만 들리지만, 시대를 건너 그 광장들을 나란히 놓고 보면 같은 곡선이 반복해서 그려진다. 그 곡선을 알아본 사람은 다음 광장에서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 문장을 쓰는 것은, 이 곡선을 지켜보고 있는 우리 자신이다.

이로써 혁명이라는 이름의 여섯 개 장이 닫힌다. 그러나 권력이 형태를 바꾸며 반복되는 이 패턴은 혁명이라는 극적인 순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음 시리즈는 이 질문을 국가와 국가 사이, 가장 오래된 전장으로 옮겨간다 — 동아시아라는 이름의 바다와 반도 위에서 150년째 반복되어온 패권의 곡선을.


참고할 말씀: ‘그는 때와 계절을 바꾸시며 왕들을 폐하시고 왕들을 세우시며’ — 다니엘 2:21

¹ ‘과두제의 철칙(Iron Law of Oligarchy)’은 독일 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Robert Michels)가 1911년 저서 《정당론(Zur Soziologie des Parteiwesens)》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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