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조 국방예산안, 무엇을 지킬 것인가

해 질 무렵 한국 해안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대형 군함과 크레인, 이를 바라보는 작업자와 바다 건너 아파트 불빛
군함을 건조하는 조선소 너머로 도시의 불빛이 켜진다. 2027년 국방예산안은 안보 역량과 국민의 일상을 함께 지탱할 재정의 역할을 묻는다

스미스·칸트·손자·올슨으로 읽는 2027년 예산 심사

경제·국방  |  정치 · 경제  |  2026.11.02

시정연설을 앞둔 장부에는 방패와 살림이 함께 적혀 있다

11월 2일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에서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이 예정돼 있다. 총지출은 820조 9천억 원(이하 약 821조 원)으로 전년 대비 12.8% 늘었다. 정부 본예산 기준으로 명목 역대 최대 증가율이다.

그 장부의 한 줄에 2027년 국방예산안 73조 2,777억 원이 있다. 사상 처음 70조 원을 넘은 숫자다. 아직 확정된 지출이 아니라 국회 심사를 앞둔 정부안이며, 산정 범위가 달라져 과거 수치와 비교할 때는 같은 기준인지 살펴야 한다.

같은 주에 한국은행은 3분기 성장률을 전기 대비 1.0%로 발표했다. 설비투자는 4.1% 늘었으나 민간소비는 0.2% 줄었다. 성장률은 높아졌지만 가계 지출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앞선 글에서 우리는 성장률과 생활경제 사이의 간극을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그 간극 옆에 놓인 또 하나의 숫자, 국가가 안전을 위해 쓰려는 돈을 본다.

1953년 4월, 아이젠하워는 포탄 한 발을 굶주림에 견주었다

1953년 4월, 한국전쟁의 휴전 협상이 이어지던 무렵에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는 신문편집인협회 연설에서 군비를 이렇게 불렀다. 만들어지는 모든 총과 군함은 굶주리고도 먹지 못하는 이들에게서 빼앗은 것과 같다는 취지였다.1 안보 지출이 가장 큰 나라의 지도자가 그 기회비용을 가장 먼저 입에 올린 장면이다.

그로부터 7년 9개월 뒤인 1961년 1월, 그는 퇴임 연설에서 군부와 방위산업이 결합해 만드는 영향력을 경계했다.2 안보를 책임졌던 사람이 안보 산업의 관성을 경고했다는 점에서, 역사는 이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방패의 값은 누가 치르고, 그 값은 누가 검증하는가.

한국도 이 질문을 피해 가지 않았다. 1975년 7월 방위세법이 제정·공포됐다. 국방비 부담이 경제개발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하면서 국방 자립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한다는 취지였고, 1990년 12월 31일까지 적용되는 한시법이었다.3 안보 위기와 성장의 과제가 한 장의 세법 안에서 만났던 셈이다.

오늘의 예산안은 그때와 재원의 성격이 다르다. 정부는 2027년 총수입이 880조 8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4% 늘 것으로 전망했고, 국세수입 증가의 배경으로 반도체 호황을 꼽았다. 시대마다 재원은 달라졌으나, 안보의 값을 어디서 마련하느냐는 질문은 형태만 바꿔 되돌아온다고 볼 여지가 있다.

스미스는 비용을, 칸트는 불안을, 손자는 시간을 물었다

역사가 사례를 주면 철학은 그 사례를 읽는 렌즈를 준다. 세 사람의 문장은 서로 다른 시대의 것이지만, 같은 예산안을 향해 서로 다른 질문을 던진다.

1776년 3월 『국부론』을 낸 애덤 스미스는 국방을 국가의 핵심 책무로 보았다.

“군주의 첫째 의무는 사회를 다른 독립 사회의 폭력과 침입으로부터 지키는 일이다.” — 애덤 스미스, 『국부론』 5편 1장 (필자 번역)

스미스는 이 의무의 비용이 사회가 발전할수록 커진다고 보았다. 전쟁의 기술이 복잡해질수록 임시 병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는 논리다. 전문화와 기술 발전이 국방비를 높인다는 이 설명은 이번 예산안을 이해하는 데도 참고가 된다.

방위력개선 부문이 13.8% 늘어 전력운영 부문의 5.9%보다 높다는 점은, 첨단전력 확보에 무게를 둔 편성으로 읽힐 수 있다. KF-21 양산에 약 3조 3천억 원, 핵추진잠수함 사업 착수에 처음으로 약 1,000억 원이 반영됐다. 전력운영비에 속한 국방 인공지능 예산은 3,610억 원이다. 오늘날 공공재 이론과 연결해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구분2027 정부안전년 대비
전력운영 부문50조 416억 원+5.9%
방위력개선 부문22조 7,112억 원+13.8%
병무행정 부문5,249억 원+1.4%
합계73조 2,777억 원+8.2%

자료: 국방부 보도자료(2026년 9월). 증가율은 정부가 밝힌 기준이다. 코리아타임스는 이 증가율의 기준액을 약 67조 7천억 원으로 전했는데, 2026년 확정 국방예산은 65조 8,642억 원으로 발표된 바 있어 비교 기준이 같은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1795년 임마누엘 칸트는 『영구평화론』에서 군비의 논리를 정면으로 의심했다.

“상비군은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폐지되어야 한다.” — 임마누엘 칸트, 『영구평화론』 예비조항 3 (필자 번역)

칸트는 상비군 경쟁이 비용 부담을 높이고 공격적 전쟁의 유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논리를 오늘의 동북아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 일본 방위성은 2027년도 방위비로 8조 8,900억 엔을 요구했고, 미국 하원은 7월 1조 1,500억 달러 규모의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앞의 것은 요구액이고 뒤의 것은 상원 조정이 남은 법안이다. 회계연도와 산정 범위도 다르다.

여러 나라가 군사력 확충을 추진하고 있어도 규모와 목적은 구분해 살펴야 하며, 이 숫자만으로 군비경쟁이 입증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서로의 증액이 서로의 증액 이유가 되는 구조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칸트가 상비군과 구별한 것이 시민의 자발적 정기 군사훈련이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정부안은 상비예비군을 3,700명에서 7,000명으로 늘린다. 그러나 자발적 시민훈련과 법률에 따라 운영되는 예비전력은 제도의 성격이 다르다. 이 구별은 병력 제도의 성격을 살펴보게 하지만, 예비군 확대를 곧바로 정당화하거나 비판하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손자는 시간의 비용을 물었다.

“夫兵久而國利者, 未之有也.” 전쟁이 오래 끌어 나라에 이로웠던 적은 없다. — 『손자병법』 작전편 (해석은 필자)

손자의 문장은 전쟁의 장기화가 국력을 소진시킨다는 경고이며, 평시의 억지 투자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다만 안보 지출이 지속 가능한 재정 위에 서 있는지를 묻는 질문으로는 읽힐 수 있다. 이번 예산안의 확장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가 받치고 있다. 호황의 지속 여부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맨커 올슨과 리처드 제크하우저는 1966년 논문에서 동맹의 억지력을 공동 방위라는 공공재의 문제로 분석했다.4 혜택이 동맹 안에서 널리 공유되므로 큰 나라가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지는 경향이 생긴다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국가별 위협 인식과 독자적 군사 이익에 따라 부담 구조는 달라질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이번 주 소식에는 이 틀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 있다. 미 국방부는 10월 27일(현지시간) 한미안보협의회가 2027년 초에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통상 11월에 열리던 회의이며, 양국 지도부의 일정 충돌에 따른 상호 합의라는 설명이었다. 미 하원 통과 법안에는 주한미군을 2만 8,500명 미만으로 줄이는 데 예산을 쓰지 못하게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고 보도됐다. 최종 확정 여부와 구속력의 범위는 입법 과정을 더 지켜봐야 한다.

일정 변경만으로 동맹의 상태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실제 협의 내용과 후속 조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철학은 모든 사건을 하나의 원리로 환원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같은 조건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 그 이유를 묻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국방비는 보험이면서 투자이고, 어느 쪽이든 설명 없이는 서지 않는다

세 사람의 질문을 한 장의 예산안 위에 겹쳐 보면 패턴이 드러난다. 스미스의 비용, 칸트의 연쇄, 손자의 지속 가능성은 한 문장으로 모인다. 안보 지출의 정당성은 금액이 아니라 설명에서 나온다.

금액만 보면 이번 증가는 크다. 국방예산안은 8.2% 늘어 최근 20년 내 가장 큰 증가율로 보도됐다. 그러나 총지출이 12.8% 늘었으므로 총지출 대비 비중은 전년 약 9.3%에서 약 8.9%로 내려간다(필자의 단순 계산). 코리아타임스는 국방예산이 2027년 GDP 전망치의 2.33%로, 올해의 2.28%보다 소폭 높다고 전했다. 이 비중이 적절한지는 위협 수준과 재정 여건, 다른 지출의 필요성을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한다.

민간소비가 줄어든 상황에서 국방비가 늘었다고 해서 둘 사이에 인과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번 확장은 세수 증가가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소비가 줄어든 상황에서는 국방비 증액의 필요성과 재원 조달 방식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보험료는 사고가 없을 때 낭비처럼 보이는 법이어서, 납세자가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 곧 지출의 정당성이 된다.

국방비의 성격도 한 가지로 정리되지 않는다. 사고 뒤에 보상하는 보험과 달리 국방은 위협의 발생 가능성과 피해 규모에 영향을 주려는 지출이다. 투자의 성격도 있으나 투자가 자동으로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국방비는 보험이면서 투자이고, 둘 다 검증을 요구한다.

1975년의 방위세가 한시법으로 설계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안보 재원이 끝나는 시점을 법문에 적어 넣었던 것이다.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면, 지출을 늘리는 결정은 쉽고 그 지출을 시험하는 결정은 늦게 온다는 점이다. 11월의 국회는 그 시험이 시작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축추적할 지표와 일정읽는 방법
예산 심사11월 4~5일 종합정책질의, 9~12일 부별 심사, 16~27일 조정소위, 30일 예결위 의결 계획(법정 시한 12월 2일)핵잠·KF-21·국방 AI 등 사업별 조정 여부와 집행 가능성
경제 여건11월 한국은행 금리 결정, 환율, 에너지 가격, 4분기 민간소비금융 비용과 가계 지출이 재원 논쟁의 강도를 가를 가능성
동맹·안보2027년 초 한미안보협의회, 미 상원 심사와 양원 조정일정 변경이 아니라 협의 내용과 후속 조치

국회 일정은 2026년 10월 31일 보도 기준이며 바뀔 수 있다.

국방비에는 위험을 낮추는 보험의 성격과 미래 역량을 확보하는 투자의 성격이 함께 있다. 그 가치는 필요한 전력이 제때 갖춰지고, 장병이 임무를 수행할 여건이 마련되며, 국민의 안전이 실질적으로 높아지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73조 원 국방예산안이 답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대한민국은 이 지출로 무엇을 더 확실하게 지킬 수 있는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도 같은 기준 위에서 논의해야 한다. 흔히 ‘군작전권 환수’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쟁점은 한국군이 전시에 연합방위를 주도할 능력과 지휘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한미 양국도 확고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면서 조건에 기초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전환의 성과는 정치적 선언이나 날짜만으로 입증되기 어렵다. 정보·감시·정찰, 지휘통제, 위협 대응 능력이 실제 작전에서 작동할 준비가 돼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5

자주국방의 역량을 높이는 일과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일은 함께 추진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우리 군이 더 큰 책임을 수행할 능력을 갖추고, 양국의 전력과 지휘체계가 위기에도 빈틈없이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추진한다면 그 조건을 어떻게 충족할지 설명해야 하고,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면 협력이 실제 억지력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줘야 한다. 어느 쪽도 구호만으로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다.

2015년 8월 4일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하재헌·김정원 두 장병이 중상을 입었다. 이 사건은 안보의 실패가 사람의 몸과 남은 생애에 어떤 대가를 남길 수 있는지 되묻게 한다. 국가는 부상 장병의 치료와 재활, 이후의 삶을 끝까지 책임져야 하며, 같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경계와 정보 판단, 현장 대응의 취약점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6

국가안보의 책임은 가장 위험한 곳에 선 장병을 지키고, 그 뒤에서 살아가는 국민의 일상을 지키는 데 있다. 국방예산의 증액도, 전작권 전환도, 한미동맹의 발전도 이 책임 아래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정부는 준비의 수준을 설명하고, 국회는 그 설명을 검증해야 한다.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군함과 바다 건너 불 켜진 집들 사이에 국가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방패의 값은 그 집들의 평온한 내일을 지킬 능력으로 증명돼야 한다.

* 참고할 말씀: ‘너희 중에 누가 망대를 세우고자 할진대 자기의 가진 것이 준공하기까지에 족할는지 먼저 앉아 그 비용을 계산하지 아니하겠느냐’ — 누가복음 14:28

각주

1.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평화의 기회(The Chance for Peace)」, 미국신문편집인협회 연설, 1953년 4월 16일.

2. 아이젠하워 퇴임 연설, 1961년 1월 17일.

3. 방위세법(1975년 7월 제정·공포, 1990년 12월 31일까지 적용).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방위세’.

4. Mancur Olson & Richard Zeckhauser, “An Economic Theory of Alliances,” Review of Economics and Statistics, 1966.

5. 국방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관련 설명. mnd.go.kr

6.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15년 8월 목함지뢰 도발 관련 보도. korea.kr

철학 인용 출처

애덤 스미스, 『국부론』(1776) 5편 1장 / 임마누엘 칸트, 『영구평화론』(1795) 예비조항 3 / 『손자병법』 작전편. 한국어 번역과 해석은 필자.

자료 출처

정부 2027년도 예산안 및 2026~2030 국가재정운용계획(2026년 9월 1일 국무회의 의결) 보도: 노컷뉴스, 택스타임스.

국방부, 2027년 국방예산 정부안 보도자료(2026년 9월). 2026년 국방예산 확정(정책브리핑).

코리아타임스, 2027 국방예산안 보도(2026년 9월 1일). YTN, 전작권 전환 예산 보도(2026년 9월 2일).

한국은행, 2026년 3분기 국민계정(2026년 10월 27일).

뉴스핌, 한미안보협의회 연기 확인(2026년 10월 28일). YTN, 미 하원 국방수권법안 가결(2026년 7월 23일).

뉴시스·파이낸셜뉴스, 2027년도 예산안 국회 심사 일정(2026년 10월 31일). nippon.com, 일본 방위성 2027년도 예산 요구(2026년 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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