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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11:10–32스물일곱 번의 ‘낳았다’, 그리고 ‘아이가 없더라’
숫자로 이어진 열 사람의 계보와 하란에서 멈춘 걸음
제14편 · 2026.11.02 · Watchman
셈에서 데라까지 아홉 사람의 삶을 적는 동안 ‘죽었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셈에서 데라까지 아홉 사람의 삶을 적는 동안, 본문에는 ‘죽었다’는 말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이름에 이어 아들을 낳았을 때의 나이가 나온다. 그 뒤에는 몇 해를 더 살며 아들딸들을 낳았는지가 적힌다. 그러다 이 범위에서는 11:28절에 이르러 처음으로 한 사람의 죽음이 기록된다. 이름은 하란이다. 그는 계보의 중심인물이 아니라 아버지 데라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이다. 낳음으로 이어지던 서술은 왜 이 자리에 와서야 죽음을 적는가. 이번 글은 이 물음을 안고 11:10–32절을 따라간다.
이 범위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 11:10–26절은 셈에서 아브람까지 열 사람의 이름을 잇는 계보이고, 11:27–32절은 ‘데라의 세대들’(톨도트)이라는 표제 아래 아브람 가족의 이야기를 적는다. 앞 편의 범위인 11:1–9절이 바벨 이야기로 닫혔으므로, 이번 범위는 11:10절의 ‘셈의 세대들’에서 새로 시작한다. 두 부분을 함께 보면 반복되던 계보의 문장이 한 가족의 이야기로 바뀌는 지점이 드러난다. 흠정역은 11:10절을 다음과 같이 옮긴다.1
10 셈의 세대들은 이러하니라. 셈은 백 세였으며 홍수 뒤 이 년이 지났을 때 아르박삿을 낳았고
10 These are the generations of Shem: Shem was an hundred years old, and begat Arphaxad two years after the flood:
— 창세기 11:10 (킹제임스 흠정역 · KJV)
10장이 여러 민족의 이름을 늘어놓았다면, 이 단락은 셈에서 아브람으로 이어지는 한 계통을 따라간다. 그 이어짐을 먼저 한 그림으로 보면 아래와 같다.
(땅이 나뉨, 10:25)
11:32 · 생애 205년 · 하란에서 죽음
‘아이가 없더라’, 11:30
(11:24의 나홀과 같은 이름)
우르에서 아버지보다 먼저 죽음
데라가 데려감, 11:31
금색 테두리: 본문이 죽음·수명·자녀 없음을 직접 적은 이름(11:28, 11:30, 11:32). 셈에서 나홀까지는 모두 ‘아들딸들을 낳았더라’가 덧붙는다(11:11–25). 합계는 두 수를 더한 계산값이며, 본문이 합계를 직접 적은 사람은 데라(205년)뿐이다.
같은 문장이 여덟 번 되풀이되다가 데라 앞에서 한 줄로 줄어든다
11:10–25절은 한 사람을 두 절에 나누어 적는다. 앞 절은 누구를 몇 살에 낳았는지 밝힌다. 뒤 절은 그 아들을 낳은 뒤 몇 해를 더 살며 아들딸들을 낳았는지 기록한다. 흠정역은 11:11절을 다음과 같이 옮긴다.
11 아르박삿을 낳은 뒤 오백 년을 살며 아들딸들을 낳았더라.
11 And Shem lived after he begat Arphaxad five hundred years, and begat sons and daughters.
— 창세기 11:11 (킹제임스 흠정역 · KJV)
‘아들딸들을 낳았더라’는 이 틀은 셈, 아르박삿, 셀라, 에벨, 벨렉, 르우, 스룩, 나홀에게 모두 여덟 번 쓰였다. 틀은 데라에게서 달라진다. 11:26절은 두 절이 아니라 한 절이며 ‘아브람과 나홀과 하란을 낳았더라’로 끝난다. 11:26절에는 데라가 아들들을 낳은 뒤 몇 해를 더 살았는지, 아들딸들을 낳았는지가 적혀 있지 않다. 수치를 한 표에 모으면 아래와 같다. ‘두 수의 합’ 칸은 본문에 적힌 수가 아니라 두 수를 더한 값이다.
| 이름 | 계보에 적힌 아들을 낳은 나이 | 그 뒤 더 산 햇수 | 두 수의 합(계산) |
|---|---|---|---|
| 셈 | 100 | 500 | 600 |
| 아르박삿 | 35 | 403 | 438 |
| 셀라 | 30 | 403 | 433 |
| 에벨 | 34 | 430 | 464 |
| 벨렉 | 30 | 209 | 239 |
| 르우 | 32 | 207 | 239 |
| 스룩 | 30 | 200 | 230 |
| 나홀 | 29 | 119 | 148 |
| 데라 | 70 | 적히지 않음 | 205(11:32절) |
데라 행의 70이 세 아들이 모두 이 나이에 태어났다는 뜻인지는 본문이 밝히지 않는다. 계산한 수명은 셈의 600년에서 나홀의 148년까지 대체로 줄어든다. 다만 에벨의 계산값과 본문에 직접 적힌 데라의 수명은 앞사람보다 길다. 또 11:26절의 70세를 아브람이 태어난 때의 데라 나이로 본다면, 아브람은 홍수 뒤 292년에 태어난 것으로 계산된다(2+35+30+34+30+32+30+29+70). 이 전제의 타당성은 4부에서 다시 살펴본다.
11:10–27절에서 ‘낳다’ 동사는 스물일곱 번 나오지만 ‘죽다’ 동사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죽다’가 처음 나오는 곳은 11:28절의 하란이고, 두 번째가 11:32절의 데라이다.2 11:27절의 ‘데라의 세대들’ 이하에서는 문장 틀이 숫자에서 가족 이야기로 바뀐다. 데라가 아브람과 나홀과 하란을 낳고, 하란이 롯을 낳는다. 그리고 하란이 죽는다. 흠정역은 11:28절을 다음과 같이 옮긴다.
28 하란이 자기 태어난 땅 갈대아 사람들의 우르에서 자기 아버지 데라보다 먼저 죽었더라.
28 And Haran died before his father Terah in the land of his nativity, in Ur of the Chaldees.
— 창세기 11:28 (킹제임스 흠정역 · KJV)
여기서 ‘태어난 땅’으로 옮긴 히브리어는 ‘몰레데트’(מולדת)이다. 창세기에서 이 낱말이 쓰인 구절은 아홉 곳이다. 처음은 11:28절이고, 다음은 12:1절이다.3 11:29절은 두 형제의 아내를 소개한다. 아브람의 아내는 사래, 나홀의 아내는 밀가이며, 밀가는 하란의 딸이다. 그리고 다음 절이 이어진다.
30 그러나 사래는 수태하지 못하므로 아이가 없더라.
30 But Sarai was barren; she had no child.
— 창세기 11:30 (킹제임스 흠정역 · KJV)
‘아이’를 뜻하는 ‘왈라드’(ולד)는 창세기에서 이 절에만 나온다.4 11:10–27절에서 ‘낳다’ 동사가 스물일곱 번 쌓인 뒤, 11:28–32절에는 ‘낳다’ 동사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반복되던 낳음의 서술 뒤에, 사래가 수태하지 못하며 아이가 없다는 진술(아카라)이 이어진다.
다음 절은 이 가족의 이동을 적는다. 흠정역은 11:31절을 다음과 같이 옮긴다.
31 데라가 자기 아들 아브람과 하란의 아들 곧 자기 손자 롯과 자기 며느리 곧 자기 아들 아브람의 아내 사래를 데려갔으며 그들이 가나안 땅으로 가려고 갈대아 사람들의 우르에서 나간 뒤 하란으로 가서 거기 거하였더라.
31 And Terah took Abram his son, and Lot the son of Haran his son’s son, and Sarai his daughter in law, his son Abram’s wife; and they went forth with them from Ur of the Chaldees, to go into the land of Canaan; and they came unto Haran, and dwelt there.
— 창세기 11:31 (킹제임스 흠정역 · KJV)

이동의 목적지는 가나안 땅이고 도착지는 하란이다. 서술은 ‘가나안 땅으로 가려고’ 떠난 사람들이 하란에 이르러 거기 머문 것으로 끝난다. ‘와예슈부 샴’(거기 거하였더라)은 11장에서 11:2절과 11:31절, 두 곳에만 나온다. 11:2절에서 사람들이 시날 평야에 머물 때 쓰인 구절이 데라 가족이 하란에 머무는 11:31절에도 나온다. 이 반복이 두 장면의 뜻을 같게 만든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두 장면을 함께 살펴볼 실마리가 된다. 범위의 마지막 절은 데라의 생애를 닫는다.
32 데라의 생애는 이백오 년이었고 데라가 하란에서 죽으니라.
32 And the days of Terah were two hundred and five years: and Terah died in Haran.
— 창세기 11:32 (킹제임스 흠정역 · KJV)
11:10–26절의 아홉 사람 가운데 본문이 합계 수명을 직접 적은 사람은 데라 하나이며, 11:32절의 이백오 년이 그것이다. 하란이라는 지명(חרן)과 데라의 아들 하란(הרן)은 우리말로는 같게 적히지만 히브리어 철자가 다른 이름이다.
5장의 계보와 12장의 부름 사이에 이 범위가 놓여 있다
본문은 앞뒤로 이어진다. 먼저 앞쪽이다. 11:10–26절의 계보는 5장의 계보와 몇 가지 구성상의 특징을 공유한다. 두 계보 모두 열 사람의 이름을 늘어놓고, 마지막 절이 세 아들의 이름으로 끝난다(5:32절의 셈·함·야벳, 11:26절의 아브람·나홀·하란). 두 계보 뒤에는 각각 ‘노아의 세대들’(6:9절)과 ‘데라의 세대들’(11:27절)이라는 표제가 나온다. 다만 노아의 표제 앞에는 6:1–8절이 놓여 있으므로 두 배열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차이는 죽음이다. 5장에서는 ‘그가 죽었더라’(와야모트)가 여덟 번 나오지만 11:10–25절에는 한 번도 없다.5
다음은 뒤쪽이다. 12장은 주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흠정역은 12:1절을 다음과 같이 옮긴다.
1 그런데 전에 주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1 Now the LORD had said unto Abram, Get thee out of thy country, and from thy kindred, and from thy father’s house, unto a land that I will shew thee:
— 창세기 12:1 (킹제임스 흠정역 · KJV)
11:28절에서 ‘태어난 땅’으로 옮겨진 ‘몰레데트’가 12:1절에서는 ‘친족’(KJV ‘kindred’)으로 옮겨져 다시 나온다. 한국어 번역에서는 문맥에 따라 표현이 달라지지만, 히브리어에서는 같은 낱말이 쓰였다.6 그리고 12:4절은 떠나는 아브람의 나이를 적는다.
4 이에 아브람이 주께서 전에 자기에게 말씀하신 대로 떠났고 롯도 그와 함께 갔는데 아브람이 하란을 떠날 때 그는 칠십오 세였더라.
4 So Abram departed, as the LORD had spoken unto him; and Lot went with him: and Abram was seventy and five years old when he departed out of Haran.
— 창세기 12:4 (킹제임스 흠정역 · KJV)
11:31절과 12:5절은 같은 구절로 맞물린다. 11:31절은 ‘가나안 땅으로 가려고’(아르차 케나안) 떠난 사람들이 ‘하란까지’ 이르렀다고 적는다. 12:5절은 같은 구절 뒤에 ‘가나안 땅에 이르렀더라’를 잇는다. ‘…땅으로’를 뜻하는 ‘아르차’(ארצה)는 11–12장에서 두 구절에 걸쳐 세 번 나온다. 11:31절에 한 번, 12:5절에 두 번이다.7
‘수태하지 못하는 여자’를 뜻하는 ‘아카라’(עקרה)도 이 범위에서 그치지 않는다. 창세기에서 이 낱말은 사래(11:30절), 리브가(25:21절), 라헬(29:31절), 세 사람에게 쓰였고 11:30절이 그 처음이다.8
데라가 죽은 때와 아브람이 떠난 때를 두고 해석이 갈린다
데라의 나이와 아브람이 하란을 떠난 나이를 함께 놓으면 연대상의 문제가 드러난다. 11:26절의 70세를 아브람이 태어난 때의 데라 나이로 본다면, 아브람이 하란을 떠난 12:4절의 75세는 데라가 145세 되던 해이다. 그러나 11:32절은 데라의 수명을 205세로 적고, 이 절을 12장의 부름보다 앞에 둔다. 서술 순서를 시간 순서로 이해하면 숫자가 어긋난다. 이 어긋남을 푸는 방향이 셋으로 나뉜다.9
첫째 견해는 11:26절의 70세를 데라가 아들을 낳기 시작한 나이로 이해한다. 아브람이 세 이름 가운데 맨 앞에 기록된 까닭을 출생 순서보다 이야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설명하며, 이에 따라 아브람이 데라 130세에 태어났을 가능성을 제시한다(205−75). 이 계산을 따르면 데라가 죽은 뒤에 아브람이 하란을 떠났다는 사도행전 7:4절의 서술과도 부딪히지 않는다.
둘째 견해는 수치를 본문 전승의 차이에서 찾는다. 사마리아 오경은 11:32절에서 데라의 수명을 145세로 적으며, 이 수에서는 145−75=70이 되어 세 수가 어긋나지 않는다. 이 차이를 두고, 마소라 본문의 205세를 뒤에 생긴 변화로 보는 해설과 사마리아 오경의 145세를 수치를 맞추려고 고친 것으로 보는 해설이 맞선다.
셋째 견해는 수치를 고치지 않고 서술의 배열에서 푼다. 11:32절이 데라의 이야기를 먼저 끝맺고 12장에서 아브람의 부름을 시작했을 뿐, 두 사건이 이 순서로 일어났다는 뜻은 아니라고 본다. 이 견해를 따르면 아브람이 떠난 뒤에도 데라는 하란에서 여러 해를 더 산 것으로 계산된다. 다만 이 경우에는 사도행전 7:4절의 서술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별도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번역에도 이 문제와 닿는 선택이 있다. 12:1절의 흠정역 ‘전에’(KJV ‘had said’)에 해당하는 부사는 히브리어 본문에 따로 없고, ‘주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셨다’(와요메르 아도나이 엘 아브람)라는 서술형만 있다.6
세 견해는 출생 순서, 본문 전승, 서술 배열이라는 서로 다른 문제에 주목한다. 일부 논점은 함께 검토할 수 있지만, 제시된 근거만으로 어느 한 견해를 확정하기는 어렵다.
라시는 데라의 죽음이 먼저 적힌 까닭을 아브람에 대한 오해를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후대에 제시된 해석을 하나 덧붙인다. 프랑스 트루아의 유대 주석가 라시(1040–1105)는 11:32절의 ‘데라가 하란에서 죽으니라’에 주석을 달았다. 그는 데라가 아브람이 떠난 뒤에도 여러 해를 더 살았다고 보았다. 그런데도 본문이 데라의 죽음을 먼저 적은 것은 아브람이 늙은 아버지를 두고 떠났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풀었다. 라시는 이어 악인은 살아 있어도 죽은 자로, 의인은 죽어서도 산 자로 불린다는 해석 전통을 들어 ‘죽었다’는 표현을 설명했다.10 이 소개는 후대의 수용 사례를 보인 것이며, 본문 자체의 설명과는 구분되고 앞서 살핀 해석을 입증하는 근거로 삼지도 않는다.
이 범위의 짜임은 죽음 문구가 빠진 계보, ‘아이가 없더라’, 하란에서 멈춘 이동으로 풀어 볼 수 있다
아래 표는 본문에서 직접 확인되는 사항을 ‘관찰’, 그 배열에서 이끌어 낸 해석을 ‘추론’, 본문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가능성을 ‘사변’으로 구분한다.
| 어휘·구절·주제 | 내용 | 판단 구분 |
|---|---|---|
| ‘낳다’(얄라드) | 11:10–27절에 스물일곱 번, 11:28–32절에 없음 | 관찰 |
| ‘죽다’(무트) | 11:10–27절에 없음. 11:28절(하란), 11:32절(데라)에 한 번씩 | 관찰 |
| 두 절 틀 | 셈~나홀 여덟 사람은 두 절씩, 데라는 한 절(11:26절) | 관찰 |
| 합계 수명 | 본문이 직접 적은 것은 11:32절 데라의 205년뿐 | 관찰 |
| ‘몰레데트’ | 11:28절 ‘태어난 땅’, 12:1절 ‘친족’으로 옮겨진 같은 낱말 | 관찰 |
| ‘와예슈부 샴’(거기 거하였더라) | 11장에서 11:2절과 11:31절 두 곳 | 관찰 |
| ‘아르차’(…땅으로) | 11–12장에서 두 구절에 걸쳐 세 번(11:31절 한 번, 12:5절 두 번) | 관찰 |
| ‘아카라’와 ‘왈라드’ | ‘아카라’는 창세기 세 곳(11:30절이 처음), ‘왈라드’는 11:30절뿐 | 관찰 |
| 5장과 11:10–26절 | 열 이름, 세 아들로 끝나는 마지막 절, 이후 ‘세대들’ 표제(노아는 6:1–8절을 사이에 둠) | 관찰 |
| 5장과 11:10–26절의 관계 | 두 계보가 이야기의 큰 전환부마다 놓인 짝일 가능성 | 추론 |
| ‘낳다’의 누적과 11:30절 | ‘낳다’가 쌓인 뒤 ‘아이가 없더라’가 오는 배치의 대비 효과 | 추론 |
| 11:31절과 12:5절 | ‘가나안 땅으로 가려고’가 하란에서 멈췄다가 12:5절에서 이어지는 구조 | 추론 |
| 죽음 문구의 부재 | 11:10–25절에 죽음 문구가 없는 것이 이어짐을 부각하려는 의도일 가능성 | 사변 |
| 합계 수명의 흐름 | 600에서 148로 줄어드는 계산값이 서술의 짜임과 이어졌을 가능성 | 사변 |
관찰에서 이끌어 낸 추론은 셋이다. 첫째, 5장과 11:10–26절이 열 이름, 세 아들로 끝나는 마지막 절, 이어지는 ‘세대들’ 표제라는 특징을 공유하므로 두 계보는 이야기의 큰 전환부마다 놓인 짝으로 볼 여지가 있다. 둘째, ‘낳다’가 스물일곱 번 쌓인 뒤 11:30절의 ‘아이가 없더라’가 오므로, 이 배치는 낳음의 반복과 아이가 없는 현실을 대비하는 효과를 낸다고 이해해 볼 수 있다. 다만 그 효과만으로 서술자의 의도까지 확정하기는 어렵다. 셋째, 11:31절의 ‘가나안 땅으로 가려고’가 하란에서 멈추고 12:5절에서 같은 말이 ‘이르렀더라’로 이어지므로, 11:31절에서 멈춘 이동은 12:5절에서 이어지는 틀로 헤아려 볼 수 있다. 여기서 ‘멈춘 이동’은 가나안을 향한 이동이 하란에서 중단된 서술을 가리킨다. 이 사실만으로 데라의 불순종이나 믿음의 부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 셋은 어휘의 분포와 배열에 근거한 추론이며, 본문이 그 뜻을 직접 설명하지는 않는다.
사변으로 남기는 것은 둘이다. 하나는 11:10–25절에서 죽음 문구가 빠진 것이 이어짐에 무게를 두려는 서술의 의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5장과 달리 죽음 문구가 없다는 사실은 확인되지만 본문은 그 이유를 밝히지 않으며, 계보를 요약하는 방식의 차이일 수도 있다. 다른 하나는 합계 수명이 셈의 600년에서 나홀의 148년으로 줄어드는 흐름이 서술의 짜임과 이어졌을 가능성이다. 합계 수명은 본문에 적힌 수를 더해 얻은 값이다. 다만 본문은 그 감소의 의미를 설명하지 않으므로, 여기에 특정한 뜻을 부여하기는 어렵다.
‘아이가 없더라’는 진술 뒤에 ‘큰 민족’이라는 말씀은 어떻게 이어지는가
11:32절은 데라가 하란에서 죽었다는 말로 닫힌다. 흠정역 인쇄본은 곧이어 12장에서 주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시는 장면을 연다. 이 범위가 끝날 때 시선은 하란에 머문 아브람과 아이가 없는 사래에게 향한다. ‘낳다’가 스물일곱 번 쌓인 계보가 ‘아이가 없더라’에 닿은 자리에서, 아브람을 ‘큰 민족’이 되게 하겠다는 12:2절의 말씀은 어떻게 이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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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흠정역은 편집자가 제출한 인쇄본(창세기 11:1–12:5절 스캔)에서 옮겼다. KJV는 lueur.org의 KJV 대조 페이지로 11:10–32절을, Blue Letter Bible의 창세기 12장 KJV 페이지로 12:1, 4절을 확인했다. 저해상도 스캔에서 옮긴 문장이므로 발행 전 원본 대조가 필요하다. ↩
2. 계수 기준은 Open Scriptures Hebrew Bible(WLC 4.20 기반)의 창세기 본문이다. 모음과 악센트 부호를 제거하고 마켑·공백으로 나눠 11:10–32절의 토큰 271개를 만든 뒤, 해당 어근의 형태를 접두사가 붙은 그대로 스크립트로 세었다. ‘낳다’(얄라드 어근의 히필형)는 27(ויולד 17, הולידו 8, הוליד 2: 모두 11:10–27절)이며 11:28–32절에는 없다. ‘죽다’(מות)는 2(11:28, 32절)이다. 흠정역 인쇄본에서 11:10–27절의 ‘낳’ 형태를 세어도 27이다. 아브람 6, 데라 9, 사래 3, 롯 2, 사람 하란(הרן) 6, 지명 하란(חרן) 2, ‘와예슈부 샴’(וישבו שם)은 11:2, 31절이다. BHS와는 대조하지 못했다. ↩
3. ‘몰레데트’(מולדת)는 창세기의 11:28; 12:1; 24:4, 7; 31:3, 13; 32:10; 43:7; 48:6절에 나온다. 각주 2와 같은 OSHB의 어휘 표지로 셌다. KJV는 11:28절에서 ‘nativity’, 12:1절에서 ‘kindred’로 옮겼다. ↩
4. ‘왈라드’(ולד)는 각주 2와 같은 방법으로 세었을 때 창세기에서 11:30절의 ‘אין לה ולד’뿐이다. ↩
5. 같은 방법으로 5장을 세면 ‘와야모트’(וימת)는 8(5:5, 8, 11, 14, 17, 20, 27, 31절), ‘아들딸들을 낳았더라’(ויולד בנים ובנות)는 9(5:4, 7, 10, 13, 16, 19, 22, 26, 30절)이다. 11:10–25절의 같은 구절은 8(11:11, 13, 15, 17, 19, 21, 23, 25절)이다. 5:32절 ‘ויולד נח את שם את חם ואת יפת’과 11:26절 ‘ויולד את אברם את נחור ואת הרן’은 같은 꼴이다. 6:9절은 ‘אלה תולדת נח’, 11:27절은 ‘ואלה תולדת תרח’으로 시작한다. 5장의 열 이름은 아담에서 노아까지이다. ↩
6. 12:1–4절의 흠정역은 제출된 인쇄본에서 옮겼고 KJV는 각주 1의 Blue Letter Bible 페이지로 확인했다. OSHB의 12:1절은 ‘ויאמר יהוה אל אברם לך לך מארצך וממולדתך ומבית אביך’ 꼴이다. 흠정역의 ‘고향’은 ‘מארצך’, ‘친족’은 ‘וממולדתך’에 해당하며, ‘전에’에 해당하는 부사는 없다. 12:2–3절의 ‘이름’과 ‘복’은 앞 편(제13편 창세기 11:1–9)의 각주 8에서 다루었다. ↩
7. ‘아르차’(ארצה)는 11–12장에서 11:31절의 ‘ללכת ארצה כנען ויבאו עד חרן’과 12:5절의 ‘ויצאו ללכת ארצה כנען ויבאו ארצה כנען’(두 번)에만 나온다. 12:5절은 인쇄본이 첫머리만 제출되었으므로 인용하지 않고 히브리어 본문으로만 확인했다. ↩
8. ‘아카라’(עקרה)의 꼴은 창세기에서 11:30절(사래), 25:21절(리브가), 29:31절(라헬) 세 곳이다. 25:21절과 29:31절은 인쇄본이 제출되지 않아 인용하지 않았고 히브리어 본문의 계수와 문맥으로만 확인했다. BHS와는 대조하지 못했다. ↩
9. (1) 수치 계산, 사도행전 7:4절의 서술, 첫째·둘째 견해의 요약은 christian-thinktank.com의 해설이 정리한 NICOT와 월키(Waltke)의 입장에 의존했다. 두 원 저작과 신약 본문은 열람·대조하지 못했다. (2) 사마리아 오경의 데라 수명 145세는 intertextual.bible의 창세기 11:32 대조 페이지로 확인했다. 칠십인역의 수치는 대조하지 못했다. (3) 셋째 견해는 각주 10의 라시 주석과 같은 계열이다. ↩
10. Rashi, 창세기 11:32절 주석. Chabad.org에 수록된 영역에서 해당 주석을 열람해 요약했다. 영역자는 확인하지 못했고 히브리어 원문과는 대조하지 못했다. 한국어 풀이는 필자의 요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