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이 두 번 뜬 아침 — 히로시마·나가사키와 핵의 탄생
세계사-핵 시리즈, 그 첫 번째 이야기
세계사 · 2026.09.02
문턱을 넘기 전에 두드린 나라
2026년 6월, 이스라엘과 미국의 전투기가 이란의 지하 우라늄 농축 시설을 향해 날아갔다. 표적은 완성된 핵탄두가 아니라, 핵무장까지 단 몇 주 앞둔 이른바 ‘핵문턱(Nuclear Threshold)’ 위의 물질과 설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지하 농축 우라늄을 두고 더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네타냐후 총리는 이 작전이 이스라엘을 겨눈 실존적 위협을 제거했다고 주장했다.1
누구의 말이 옳았는지와 별개로, 이 장면이 겨눈 것은 무기 자체가 아니라 ‘문턱을 넘는 순간’이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인류는 이 문턱을 이미 한 번 넘은 적이 있다. 1945년 여름, 그 문턱 위에 처음 선 나라는 공습을 받는 쪽이 아니라 공습을 계획하는 쪽이었다.
그날 이후 81년, 문턱을 넘으려는 자와 넘지 못하게 막으려는 자의 자리는 계속 뒤바뀌어 왔다. 그러나 문턱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1945년 7월과 8월, 세 번의 섬광
1939년 8월, 아인슈타인과 실라르드는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나치 독일이 핵분열 연쇄반응을 무기화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 편지는 1942년 공식 출범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씨앗이 되었고, 로스앨러모스 연구소는 오펜하이머의 지휘 아래 원자폭탄 설계에 착수했다.
1945년 7월 16일 새벽, 뉴멕시코 사막에서 인류 최초의 핵폭발 실험 ‘트리니티’가 성공했다. 같은 달 26일, 미국·영국·중국은 포츠담 선언을 통해 일본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했으나 일본은 이를 묵살했다.
8월 6일 오전 8시 15분, 우라늄형 폭탄 ‘리틀보이’가 히로시마 상공에서 터졌다. 사흘 뒤인 8월 9일에는 플루토늄형 폭탄 ‘팻맨’이 나가사키를 덮쳤다. 이 사이 소련은 얄타 회담 약속대로 8월 8일 일본에 선전포고를 감행하며 만주로 진격했다.
일본이 8월 15일 항복을 결정한 결정적 계기가 두 차례의 원폭이었는지, 소련의 참전이었는지를 두고는 지금도 역사가들 사이에 이견이 남아 있다.2 역사학계 일각에서는 원폭 투하 결정의 배경에 이미 태동하던 미·소 냉전 구도, 즉 소련을 향해 힘을 과시하려는 동기가 작용했을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다만 이 해석은 여전히 논쟁적이며 정설로 굳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을 함께 밝혀둔다.
분명한 것은 그해 여름 석 달 사이, 인류가 한 도시를 통째로 지울 수 있는 힘을 손에 쥐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힘이 실전에서 사용된 것이 지금까지는 그 두 번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이다.
이기지 않고 이기는 법, 그리고 공포로 다스리는 법
손자는 『손자병법·모공편』에서 이렇게 말했다.
不戰而屈人之兵,善之善者也。
(부전이굴인지병,선지선자야。)
“싸우지 않고 적의 군대를 굴복시키는 것이야말로 최선 중의 최선이다.”
핵무기의 본질은 역설적으로 이 말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읽힌다. 체스판의 여왕처럼, 판 위에 서 있는 것만으로 상대의 모든 수를 제약하지만, 실제로 움직여 잡히는 순간 가치를 잃고 마는 무기라는 점에서 그렇다.
토머스 홉스는 『리바이어던』에서 인간의 자연 상태를 사회 계약 이전의 만인 대 만인의 다툼으로 그렸다. 그가 보기에 그 다툼을 끝내는 것은 도덕이 아니라,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의 존재였다.
국제정치학은 이 구조를 ‘안보 딜레마(Security Dilemma)’라는 개념으로 설명해왔다. 한 나라가 스스로를 지키려 힘을 키울수록 이웃 나라는 그 힘을 위협으로 받아들여 똑같이 힘을 키우고, 결국 그 어느 쪽도 이전보다 안전해지지 않는 역설이다.
핵무기를 둘러싼 억제력의 논리는 손자의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과 홉스의 ‘압도적 힘’, 그리고 안보 딜레마라는 세 겹의 구조가 겹쳐진 자리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억제력이라는 이름의 인질극
1945년 이후의 국제질서는 하나의 패턴 위에서 움직여 왔다. 평화를 지키는 힘과 세계를 끝장낼 수 있는 힘이 같은 무기 안에 공존한다는 패턴이다.
이 패턴은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 핵을 가진 나라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 핵을 가지지만, 그 무기가 존재하는 한 인류 전체는 단 한 번의 오판과 함께 살아간다. 억제력은 안전을 만드는 동시에 모두를 인질로 잡는다.
냉전기 미국과 소련은 이 인질극을 국가 대 국가의 균형으로 관리했다. 지금은 그 인질극의 참가자가 아홉 개 나라로 늘어났고, 참가하지 못한 나라들은 참가한 나라의 ‘우산’ 아래에서 안전을 빌려 쓰는 처지에 놓여 있다.3
이란에 대한 2026년의 공습은 바로 이 인질극의 참가 자격을 놓고 벌어진 사건이다. 누가 인질극에 참가할 자격이 있고 누구는 안 되는지를 정하는 힘, 그 자체가 이미 또 하나의 권력이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이미 그 서랍 곁에 서 있는가
한반도는 이 패턴에서 결코 방관자가 아니다. 북한은 지난 수년간 전술핵탄두 실전화와 극초음속 미사일 고도화를 공개적으로 천명해 왔고,4 대한민국은 그 바로 옆에서 핵무기를 갖지 않은 채 미국의 확장억제에 안보를 걸고 있는 나라다.
이 갈림길 위에서 두 목소리가 팽팽히 맞선다. 한쪽에서는 미국의 확장억제를 한층 촘촘히 다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이웃이 모두 핵을 쥔 마당에 홀로 맨몸으로 남아 있을 수 없다고 반론한다. 이 논쟁 중 어느 쪽이 옳은지를 판정하는 것은 이 글의 몫이 아니다.
1945년 히로시마 상공에서 시작된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질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서울과 평양 사이, 정확히는 우리의 머리 위를 지나가고 있다.
칼을 쥔 자도, 칼을 쥐지 못한 자도 그 칼 앞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만은 81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선에서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약 8,500명 가운데 약 400명의 드론 조종병이 실전 속에서 현대전의 기술을 몸에 새기고 있고,5 같은 시기 국내에서는 해군의 해상 자폭드론이 지난 8월 25일 마라도함 이함 직후 두 차례 연속 바다로 추락하며 첫 전투실험에 실패했다.6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널리 쓰이는 샤헤드급 자폭드론이 대당 3천만 원 안팎인 데 비해, 이날 추락한 국산 자폭드론은 대당 수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7 안으로는 육·해·공 3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하려는 개혁안을 둘러싸고 국방부와 예비역 사회가 공청회에서 고성을 주고받을 만큼 갈등을 겪고 있고,8 밖으로는 주한미군 감축과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 속에서 한미 안보 공조의 결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9 우산을 빌려 쓰는 것과 우산을 직접 쥐는 것 사이, 대한민국은 그 갈림길에서 얼마나 오래 더 서 있을 수 있을 것인가.
1. 2026년 이란-이스라엘-미국 공습 및 양측 발언 (위키백과 「2026년 이란 전쟁」 종합, 2026.04)
2. 일본 항복의 결정적 계기(원폭 vs 소련 참전 vs 냉전 동인)를 둘러싼 역사학계 논쟁 (하세가와 쓰요시·앨퍼로비츠 등 관련 연구 종합)
3. 2026년 기준 핵보유국 현황 및 미국 핵전력 현대화 예산 (국회도서관 국가전략포털·세종연구소 자료, 2026)
4. 북한의 전술핵·극초음속 미사일 고도화 동향 (세종연구소 2025~2026년 북한 무기개발 평가 보고서)
5. 러시아 파병 북한군 약 8,500명 중 실전 경험 보유 드론 조종병 약 400명 포함 (우크라이나 국방정보총국(HUR) 부국장 스키비츠키 발언, CNN 인용 보도 종합, 2026.08)
6. 해군-국방과학연구소(ADD) 자폭용 드론 해상 운용 전투실험, 2026년 8월 25일 부산 남방해역 마라도함에서 이함 직후 2회 연속 추락으로 실패 (디지털타임스·CBC뉴스 종합, 2026.08.26)
7. 샤헤드급 자폭드론 대당 약 3천만 원 대 국산 자폭드론 대당 수억 원 가격 비교,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 발언 인용 (미주중앙일보, 2026.08.26)
8. 육·해·공 3군 사관학교 통합(‘국군사관학교’ 창설) 추진을 둘러싼 국방부-예비역 총동창회 갈등 및 8월 26일 공청회 파행 (세계일보·머니투데이 종합, 2026.08.26)
9.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미군 감축·전략적 유연성 확대 요구 및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둘러싼 한미 안보 현안 (국회도서관 국가전략포털·동아시아연구원(EAI) 특별논평 종합, 2026)
10. 화폐 패권도 결국 신뢰와 공포가 만든 질서였다는 점에서, 앞선 화폐사 시리즈 「두 개의 화폐, 하나의 세계」와 이 글은 같은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이야기다. (두 개의 화폐, 하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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