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어떻게 소리가 되는가

비발디의 「봄」을 연상시키는 이탈리아 봄 초원에서, 폭풍이 물러가고 햇살이 비치는 가운데 참나무 아래 잠든 염소지기와 곁을 지키는 개
천둥이 물러간 들판에 빛이 돌아온다. 비발디의 「봄」 속 폭풍과 염소지기의 잠을 한 풍경으로 엮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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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La primavera, 『사계』 중 협주곡 제1번 E장조, Op. 8 No. 1, RV 269) · 안토니오 비발디 · 1725년 출판 (작곡은 1720년 무렵으로 추정)

봄은 어떻게 소리가 되는가

비발디의 「봄」, 천둥 뒤에 돌아온 주제는 무엇이 달라졌는가

음악 제1편 · 2026.10.31 · Watchman

합주가 먼저 말하고, 새가 뒤에 온다

이 곡은 새소리로 시작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들리는 것은 합주 전체가 함께 연주하는 밝은 주제다. 같은 음형이 한 번 더 되풀이되어 귀에 남는 이 선율이 지나간 뒤에야, 바이올린들이 짧게 떨리는 트릴로 새를 흉내 내기 시작한다.

그 뒤에는 봄날의 여러 풍경이 차례로 펼쳐진다. 샘물이 속삭이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낮은 현이 천둥처럼 떨고, 독주 바이올린이 빠른 음계를 타고 번개처럼 치솟는다. 소나기가 물러가면 새들이 돌아온다. 합주의 주제도 돌아온다. 그런데 돌아온 주제는 처음의 얼굴 그대로가 아니다.

가사도 대사도 없는 악기들이 어떻게 계절 하나를 이만큼 구체적으로 들려주는가. 이 글에서는 비발디의 「봄」이 짜인 방식을 살피며 그 답을 찾아보려 한다.

『사계』는 열두 곡 가운데 첫 네 곡이었다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aldi)는 1678년 베네치아에서 태어나 1741년 빈에서 세상을 떠났다. 사제 서품을 받은 바이올리니스트였고, 베네치아의 자선 시설 피에타(Ospedale della Pietà)에서 음악을 가르쳤다.¹ 「봄」은 1725년 암스테르담에서 출판된 열두 곡의 협주곡집 Op. 8의 첫 곡이다. 출판은 미셸샤를 르센(Michel-Charles Le Cène)이 맡았다.² 모음집의 정식 제목은 『화성과 창의의 시험(Il cimento dell’armonia e dell’inventione)』이다. 곡 자체는 1720년 무렵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자필 악보가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시기는 확정하기 어렵다.³

모음집의 제목은 이 곡을 이해할 실마리를 준다. 이 글에서는 제목의 두 말을 빌려, 합주가 세우는 질서와 독주가 펼치는 자유를 함께 살펴보려 한다. 다만 이를 제목의 확정된 뜻으로 보기는 어렵다.

처음 네 곡에는 각각 소네트(14행 시)가 붙어 있다. 작자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비발디 자신일 가능성이 거론된다.⁴ 시와 악보에는 서로 대응하는 알파벳 표지가 붙어 있어, 시의 어느 구절이 음악의 어느 대목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⁵ 악보에는 소네트 외에도 ‘짖는 개'(Il cane che grida) 같은 짧은 지시어가 적혀 있다.⁶ 이 작품에서는 구체적인 장면의 묘사와 협주곡의 형식이 긴밀하게 맞물린다. 곡은 당대에도 환영받아, 1730년에는 프랑스 궁정에서 루이 15세와 신하들이 「봄」 연주를 들었다고 전해진다.⁷

되돌아오는 주제, 잠든 한 사람, 춤추는 여럿

첫 악장은 바로크 협주곡에서 널리 쓰인 리토르넬로(ritornello, 이탈리아어로 ‘되돌아오는 것’) 형식으로 짜여 있다. 합주가 주제를 연주하고, 독주자와 일부 악기가 다른 음악을 펼치는 대목이 끼어들고, 다시 합주의 주제가 돌아온다. 이 순환이 악장 전체를 끌고 간다. 소네트가 말하는 새소리, 샘물, 천둥과 번개는 주로 주제가 되돌아오는 사이의 장면에서 펼쳐진다. 짧게 떨리는 트릴은 새를, 부드럽게 겹쳐 흐르는 바이올린은 샘물을, 낮은 현의 떨림과 빠른 음계는 천둥과 번개를 맡는다는 해설이 일반적이다.⁸

새소리의 모방만으로 이 악장의 인상을 충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 소리들을 연결하고 되돌아보게 하는 형식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때 돌아오는 것은 주제 전체일 때도 있고 일부일 때도 있으며, 조성과 길이도 달라진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천둥 직후에 온다. 이 대목에서 합주의 주제는 단조로 어둡게 돌아오고, 새소리가 다시 이어진 뒤에야 악장 끝에서 밝은 장조의 주제가 돌아온다.⁹ 이 곡에서 봄이 소리가 되는 지점은 새소리의 흉내보다, 소란을 지난 주제가 처음과 다른 얼굴로 돌아오는 방식에 있다. 계절을 알아보게 하는 것은 하루의 날씨만이 아니라, 되풀이되면서 달라지는 변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네트도 폭풍이 잦아들면 새들이 다시 노래한다고 적는다.¹⁰

둘째 악장에서 곡의 중심이 바뀐다. 소네트는 꽃이 핀 풀밭에서 잠든 염소지기를 그리고, 그 곁에 충실한 개를 둔다.¹¹ 독주 바이올린은 느리고 긴 선율로 그의 잠을 노래하고, 약음기를 낀 바이올린들이 나뭇잎 스치는 소리를 낮게 깔며, 비올라는 짧은 음형을 거듭 연주해 개 짖는 소리를 낸다. 이 악장에서는 통주저음이 빠지고 비올라가 가장 낮은 성부를 맡는다. 평소의 저음 받침이 물러나면서 각 성부의 움직임이 한층 드러나는 듯하다.¹² 합주가 세우던 단단한 질서가 한 걸음 물러난 자리에서 한 사람의 잠이 들린다.

첫 악장의 독주 바이올린이 날씨를 따라다녔다면, 둘째 악장의 독주 바이올린은 한 사람의 잠을 따라간다. 개 짖는 소리를 잠을 방해하는 소음으로 들을 수도 있겠지만, 소네트가 개를 잠든 사람 곁의 충실한 존재로 그리고 있으므로 곁을 지키는 소리로 읽을 근거가 더 분명하다. 그래도 고요한 선율 위로 끼어드는 소리가 주는 긴장까지 하나의 뜻으로 묶을 필요는 없다.

셋째 악장은 소네트가 말하는 대로 목동과 요정들의 춤이다. 소네트는 이들이 전원의 백파이프 소리에 이끌려 춤춘다고 적는다.¹³ 이 악장도 합주의 주제가 되돌아오는 형식이지만, 첫 악장과 달리 주제는 여럿이 함께 추는 춤의 걸음이다.

천둥을 품은 질서

세 악장의 묘사 장면에 주목하면, 봄은 새소리에서 잠든 한 사람을 거쳐 여럿의 춤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이 순서는 비발디가 밝힌 구상이 아니라 필자가 세 악장을 나란히 놓고 얻은 해석이다. 다만 각 악장의 장면이 소네트에 적혀 있다는 점은 시와 악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순서 안에 천둥이 있다. 소란은 곡을 부수지 않는다. 천둥은 주제가 돌아오는 사이의 한 장면으로 악보 안에 자리를 얻고, 지나가면 주제가 돌아온다. 다만 돌아온 주제는 어둡게 물든 채 온다. 이 곡을 듣다 보면, 질서를 소란의 부재보다 소란 뒤에도 이어지는 관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소란을 겪고도 이어지는 관계는 소란이 없던 때와 같은 얼굴일 수 없다.

물론 이 비유에는 한계가 있다. 바로크 협주곡의 형식은 작곡가와 청중이 공유하던 문법이었고, 천둥이 어디까지 커질지는 악보가 이미 정해 놓았다. 사회의 제도는 그렇지 않다. 돌아올 자리를 악보에 적어 두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매번 합의하고 지켜 내야 한다.

작품의 수용사를 이 ‘귀환’에 겹쳐 읽어 볼 수도 있다. 오늘날의 인기는 처음부터 이어진 것이 아니었다. 20세기의 연주와 녹음을 거치며 이 작품은 더 넓은 청중을 만나게 되었고, 1947년에 이루어진 루이스 카우프만(Louis Kaufman)의 녹음은 『사계』가 널리 알려지는 데 기여한 계기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¹⁴ 봄을 맞는 개인의 감각이 삼백 년 남짓 서로 다른 청중의 귀를 거치며 공동의 기억으로 남은 셈이다.

다시 첫 장면으로

처음의 장면으로 돌아가 보자. 합주가 밝은 주제를 한 번 들려주고, 같은 음형을 되풀이한다. 같은 곡을 한 번 더 들을 때는 세 지점에 귀를 두어 보면 좋겠다. 첫째, 천둥 뒤에 돌아오는 주제는 처음과 어떻게 다르게 들리는가. 둘째, 둘째 악장에서 독주 바이올린, 반주 바이올린, 비올라는 어떻게 구별되는가. 셋째, 셋째 악장에서 낮은 음은 어느 대목에서 춤의 걸음을 받치는가.

세 지점은 모두 같은 질문으로 모인다. 무엇이 지나가고,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 돌아오는가. 사람은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꼈으며 그 아름다움 속에 무엇을 남겼는가를 묻는 이 시리즈의 첫 대답으로, 필자는 이 곡이 돌아오는 방식을 꼽는다.

「봄」의 악보에는 계절의 소란과 되돌아오는 주제가 함께 놓여 있다. 그 귀환이 처음과 어떻게 달라지는지 듣는 데서, 익숙한 곡을 새롭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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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안내 · 기준 음원: [연주자·음반·판본 기입] · 감상 경로: [공식 채널·도서관 등 기입] · 본문의 곡 설명은 위 음원을 기준으로 한다.

¹ Peoria Symphony, “Vivaldi Notes” (peoriasymphony.org).

² Wikipedia, “The Four Seasons (Vivaldi)”; Clémence Destribois, 서문, Vivaldi, Il cimento dell’armonia e dell’inventione, Op. 8: La Primavera (Repertoire Explorer, 2018).

³ Destribois, 같은 서문. 1720년 무렵 추정, 자필 악보 현존하지 않음.

⁴ Wikipedia, “The Four Seasons (Vivaldi)”; Destribois, 같은 서문. 소네트 작자 미상.

⁵ Destribois, 같은 서문. 소네트와 악보를 잇는 표지 글자.

⁶ Wikipedia, “The Four Seasons (Vivaldi)”. “짖는 개” 등 악보의 지시어.

⁷ Peoria Symphony, “Vivaldi Notes”. 1730년 루이 15세 궁정 연주.

⁸ Signum Classics, SIGCD886 음반 해설지 (Vivaldi, Op. 8 Vol. 1).

⁹ Discovery Orchestra, Vivaldi’s Four Seasons 감상 안내 (discoveryorchestra.org).

¹⁰ 『봄』 소네트 영어 번역, music-scores.com, “Spring by Vivaldi”.

¹¹ 같은 번역. 잠든 염소지기와 그 곁의 충실한 개.

¹² Tianjin Juilliard School, 프로그램 해설 (2024.03). 통주저음 생략과 비올라의 저음 역할.

¹³ 같은 번역. 전원의 백파이프 소리.

¹⁴ Wikipedia, “Louis Kaufman”; U.S. Library of Congress, National Recording Preservation Board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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