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거장은 무엇을 기록하려 하는가

볼류메트릭 캡처 스튜디오 중앙에서 점프하는 무용수를 뒷모습으로 바라보는 프로듀서의 실루엣
수백 대의 카메라가 둘러싸인 볼류메트릭 스튜디오에서 퍼포먼스를 기록·재구성하는 현장.

돌아온 거장은 무엇을 기록하려 하는가

이수만의 A2O엔터 복귀와 기술·엔터 융합이 던지는 질문

2026.10.19 | 사회·문화


일흔넷의 프로듀서가 노래와 함께 카메라를 꺼내 든 날

2026년 10월 12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한 프로듀서가 3년여 만에 국내 무대에 섰다. 이수만 A2O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74)는 15인조 보이그룹 A2O 소울과 9인조 걸그룹 A2O 라이트를 공개했다. 이튿날 두 팀은 각각 ‘슈퍼스타’와 ‘네온’으로 데뷔했다.¹

그는 2023년 2월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하이브에 넘기면서 국내에서 3년간 음반 프로듀싱을 하지 않기로 약정했다. 그 약정은 2026년 2월 말에 만료되었다.² 이날은 경업금지가 풀린 뒤 그가 국내 시장에서 제작자로 나선 첫 공식 무대였다.

그런데 무대의 무게는 노래에만 실리지 않았다. 이수만은 상당한 시간을 기술 소개에 썼다.³ 그가 내놓은 것은 4D 가우시안 스플래팅(4DGS)이다. 여러 대의 카메라로 아티스트의 움직임을 기록해 3차원 공간에 다시 구성하는 기술이다. 그는 이를 “촬영하는 카메라에서 창조하는 카메라로”의 변화라고 설명했다.⁴ 두 팀의 뮤직비디오에도 이 방식이 쓰였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같은 자리에서 그는 K팝 그룹이 가수라고 불리는 한, 가장 중요한 시작은 결국 곡이라고 말했다.⁵ 기술을 앞세우되 기술이 음악을 대신하지는 않는다는 선을 그은 셈이다. 이 두 문장 사이의 긴장이 이번 복귀를 읽는 첫 번째 열쇠다.

이 글은 그가 늘 던져 왔다는 질문, “무엇이 다른가”를 그에게 되돌려 묻는다. 다름은 무엇으로 증명되는가.

시스템을 만든 사람이 시스템 밖에서 보낸 3년

이수만이 한국 대중음악에 남긴 가장 큰 유산은 한 곡이 아니라 방식이라는 평가가 업계에 널리 퍼져 있다. 그는 1995년 SM을 세우고 1996년 9월 H.O.T.를 데뷔시켰다. 이후 연습생 선발과 훈련, 세계관, 해외 현지화로 이어지는 제작 체계를 정교하게 다듬은 인물로 꼽힌다.⁶ 2022년에는 개인회사 일감 몰아주기 논란 등으로 SM과의 프로듀싱 계약이 종료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⁷ 이듬해 2월에는 보유 지분 14.8%를 하이브에 매각했다.⁸

경업금지로 국내 무대가 닫혀 있던 동안, 그는 판을 밖에서 짰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A2O엔터테인먼트를 세웠다. 2024년 12월에는 중국인 멤버로 구성된 걸그룹 A2O 메이를 선보였다.⁹ 이 팀은 중국 음원 플랫폼 QQ뮤직 차트 상위권에 오르고 웨이보 뮤직 어워즈 신인상을 받았다고 한다.¹⁰ 서울 청담동에는 한국 지사도 문을 열었다.¹¹

4DGS 역시 갑자기 나타난 기술이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기술은 과거 보아, 동방신기, 샤이니, 소녀시대의 뮤직비디오에 쓰인 매트릭스 카메라 시스템에서 출발했다. 개발은 삼성전자와의 협업으로 이뤄졌다고 한다.¹² 이는 그가 SM 시절부터 내세워 온 ‘컬처 테크놀로지’, 곧 새 기술과 문화를 잇겠다는 구상의 연장선이다.⁶ 이번 복귀의 새로움은 방향보다 도구의 단계에 있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세계사에는 비슷한 장면이 있다. 1985년 9월 자신이 세운 애플을 떠난 스티브 잡스는 이듬해 루카스필름의 컴퓨터 그래픽 부문을 인수해 픽사를 출범시켰다. 1995년 11월 〈토이 스토리〉가 개봉했을 때, 기술과 이야기의 결합은 흥행으로 증명되었다. 1997년 잡스는 애플로 돌아왔다. 떠나 있는 동안 다른 산업에서 얻은 문법이 본업의 재건에 쓰였다는 점에서 두 복귀는 닮았다.

그러나 다른 점도 분명하다. 잡스는 자신이 세운 회사로 돌아갔고, 이수만은 새로 세운 회사로 돌아왔다. 픽사가 〈토이 스토리〉에 이르기까지는 10년 가까이 걸렸고, A2O는 이제 첫 신인 두 팀을 내놓은 단계다.

겨냥하는 지점도 다르다. 픽사가 바꾼 것은 이야기를 만드는 표준이었다. 반면 보도된 A2O의 시도는 관객이 원하는 각도에서 공연을 보고, 팬이 아티스트와 실시간으로 교류하는 방식까지 건드린다.⁵ 만드는 쪽만이 아니라 보는 쪽의 경험까지 포함하는 셈이다. 병치는 결과를 예고하지 않는다. 역사는 이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일흔의 경지와 물러남의 도, 그리고 기록의 철학

공자는 일흔의 경지를 이렇게 적었다.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 “일흔이 되어서는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따라도 법도를 넘지 않았다.”¹³

노자는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功遂身退,天之道。(공수신퇴,천지도。) “공을 이루면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이다.”¹⁴

두 문장 사이에 이 복귀를 놓으면 질문이 달라진다. 이수만의 3년은 노자가 말한 자발적 물러남이라기보다 계약이 정한 공백에 가까웠다. 그러니 이 복귀를 어느 전통에 비추어 읽을지는 읽는 사람의 몫이다. 이 글이 붙잡는 것은 그가 돌아와 무엇을 내놓았는가,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기록하는가이다.

발터 벤야민은 1930년대의 에세이에서 복제 기술이 예술작품의 ‘지금 여기’, 곧 일회적 현존인 아우라를 흔든다고 보았다.¹⁵ 4DGS는 이 질문을 뒤집어 놓는다. 무대 위 한순간을 평면으로 복제하지 않고, 그 순간을 시간과 공간 전체의 데이터로 보존한다. 그러면 훗날 시점을 새로 만들어 낼 수 있다. 기록이 복제를 넘어 재생성의 재료가 되는 것이다. 이수만이 같은 자리에서 “무엇을 기록하고 무엇을 미래에 남길 것인가”를 고민할 때라고 말한 것도 이 지점에 닿아 있다.¹⁶

여기서 질문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퍼포먼스를 한 번 기록하면, 아티스트가 무대에 서지 않아도 그 퍼포먼스를 다른 시점에서 다시 구현할 수 있다. 일회성을 보존하는 기술은 그 일회성을 자산으로 바꾸는 기술이기도 하다. 같은 촬영 데이터를 AI 학습과 로봇의 인간 행동·공간 학습에도 쓸 수 있다는 설명이 함께 나왔다.¹⁷ 그렇다면 데이터가 공연 영상 바깥의 용도로 쓰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기록하는 기술이 앞서갈수록 기록되는 몸의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도 함께 앞선다. 신체 데이터의 보유와 사용 범위, 초상권과의 관계는 계약과 제도가 뒤따라 답해야 할 몫이다. 이 글이 확인한 보도에서는 구체적 기준이 드러나지 않았다.

철학은 모든 사건을 하나의 원리로 환원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같은 조건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 그 이유를 묻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기술은 문을 열고, 문턱을 넘게 하는 것은 이야기다

이수만이 돌아온 시장은 그가 떠나던 때의 시장이 아니다. K팝은 멀티 레이블 체제로 재편되었고,¹⁸ 업계 일각에서는 5세대 아이돌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라는 시각도 나온다.¹⁹ 이런 시장에서 신기술은 처음에는 차별점으로 소비되지만, 곧 누구나 쓰는 도구가 되어 차별성을 잃는다. 영화에 소리와 색이 들어왔을 때도, 음악이 디지털로 넘어갔을 때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었다. 기술이 시장을 여는 시간은 짧다. 문턱을 넘은 사람들을 붙잡은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 위에 얹힌 노래와 이야기였다. 기술은 문을 열 뿐이고, 사람을 머물게 하는 것은 문 안쪽의 이야기다. 이수만 스스로도 ‘다르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¹⁶

두 번째 패턴은 수출의 단위가 바뀐다는 점이다. 한국 가수를 완성품으로 내보내던 단계에서, 제작 방식과 인재 선발을 현지로 옮기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A2O 소울은 한국인 5명과 중국·일본·태국 출신 10명으로 꾸려졌다.²⁰ 여기에 싱가포르 본사, 중국에서 데뷔한 A2O 메이, 미국 라디오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고 전해지는 시도를 더하면,²¹ 한국은 시장이기 전에 제작 문법의 원산지에 가깝다. K팝은 가수의 수출에서 제작 체계의 수출로 넘어가고 있다.

이 문법에는 오래된 질문도 함께 따라온다. 두 팀의 구성원은 2007년생에서 2013년생까지이고, A2O 라이트의 평균 연령은 15.1세라고 보도되었다.²² 낮은 연령에 데뷔하는 방식이 학습권, 건강, 계약의 문제와 맞닿는다는 논의는 K팝 산업이 오래 안고 온 쟁점이다. 여기에 기록 기술이 얹히면 쟁점의 층이 하나 늘어난다. 몸과 움직임이 데이터로 남을 때, 그 기록에 동의하는 주체와 범위는 누구의 몫인가. 성인 아티스트에게도 가볍지 않은 이 질문은 미성년 구성원이 포함된 팀에서 더 무거워진다. 이는 특정 회사를 겨냥한 판단이 아니라 구조를 묻는 질문이다. 문법을 이어받는 일은 그 문법의 쟁점도, 새로 생기는 쟁점도 함께 이어받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기업가 정신이라는 측면이 있다. 일흔넷에 법인을 다시 세우고 두 팀을 동시에 내놓는 일은 1세대 제작자가 쌓아 온 신뢰와 자원, 그리고 그에 따르는 부담을 함께 보여 주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그의 복귀만으로도 상당한 파급이 예상된다는 시각이 있다.²³ 다만 시장이 확인하는 것은 첫 화제가 아니라 반복 가능성이다.

우리가 아직 묻지 않은 질문

앞선 글에서 우리는 GDP와 가계 실질임금 사이의 간극을 살펴보았다. 산업의 규모가 커지는 일과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체감하는 몫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가라는 물음은 K팝 생태계에도 똑같이 던질 수 있다. 아티스트와 연습생, 스태프의 자리는 산업의 성장과 함께 넓어지고 있는가. 이 글이 확인한 자료로는 답할 수 없지만, 거장의 복귀를 읽을 때 함께 물어야 할 질문이다.

A2O가 K팝 2.0의 신호탄인지는 지금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 이수만은 “무엇이 다른가”를 다시 물었고, 시장은 이제 그 답을 기다린다. 다름이 곡이 되고, 곡이 사랑이 되고, 사랑이 몇 해 뒤에도 남는 기록이 될 때에야 그 질문에 답이 나온다.

멀리서 보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 복귀의 의미는 오늘 시연된 기술이 아니라, 시간이 지난 뒤 무엇이 남아 있느냐로 드러날 것이다. 바라보는 자의 기록은 그때까지 이 질문을 열어 둔다.


* 참고할 말씀: ‘해 아래에는 새것이 없나니’ — 전도서 1:9

각주

1. 헤럴드경제, 「돌아온 이수만의 질문 “무엇이 다른가”…답은 기술, 그리고 노래」(2026.10.13). 데뷔 일정·곡명.

2. 뉴데일리, 「’K팝 대부’ 이수만, 3년여 만에 국내 복귀」(2026.10.13). 약정 2023.2 체결, 2026.2 만료.

3. 경향신문, 「SM 떠난 이수만, 3년 만에 돌아왔다」(2026.10.12). 기술 소개에 상당 시간 할애.

4. iMBC 연예, 「이수만이 제시한 미래 K팝의 청사진은 XR?」(2026.10.12). 4DGS 설명·발언.

5. 서울경제, 「3년 만에 K팝 복귀 이수만 “기술로 K팝의 새로운 미래 열 것”」(2026.10.12). 관객이 원하는 각도에서 감상, 소통 플랫폼 블루밍톡·인터랙티브 라이브 토크쇼 추진.

6. 헤럴드경제, 「’K-팝 대부’ 이수만, 돌아온다」(2026.02.03). 제작 체계·컬처 테크놀로지 관련 서술. H.O.T. 데뷔(1996.9.7)는 시대일보(2025.09.05), SM 창립(1995년, 1989년 SM기획이 모태)은 뉴시스(2021.10.19) 참조.

7. 경향신문(위 3과 동일 기사). 2022년 프로듀싱 계약 종료 경위.

8. MHN, 「’겸업금지 끝’ 이수만이 돌아왔다」(2026.10). 지분 14.8% 매각, 2023.2.

9. 일간스포츠(2026.02.03), iMBC 연예(2026.10.12). 싱가포르 본사, A2O 메이 2024.12.

10. MTN, 「이수만 칼날 여전할까…A2O 걸그룹, K팝 입지 전망은」(2026.08.13).

11. 헤럴드경제(위 1과 동일 기사). 지난해 서울 청담동 한국 지사 개소.

12. 서울경제(위 5와 동일 기사)·뉴데일리(위 2와 동일 기사). 매트릭스 카메라 시스템, 삼성전자 협업.

13. 『논어』 위정(爲政)편.

14. 『도덕경』 9장.

15. Walter Benjamin, 「기술적 복제가능성 시대의 예술작품」(집필 1935~36, 이후 개정).

16. 노컷뉴스, 「’복귀’ 이수만 “기존 K팝과 다르다? 충분치 않아…많이 사랑받아야”」(2026.10.12).

17. 서울경제(위 5와 동일 기사). 촬영 데이터의 AI·로봇 학습 활용 가능성 언급.

18. MTN(위 10과 동일 기사). 멀티 레이블 체제 서술.

19. 헤럴드경제(위 6과 동일 기사). 5세대 시장 포화 시각.

20. 뉴데일리(위 2와 동일 기사). A2O 소울 구성.

21. 라디오서울, 「K팝 거장 이수만, 중국 걸그룹 ‘A2O MAY’로 LA 무대 귀환」. 미국 톱40 라디오 차트 진입은 단일 출처.

22. 뉴데일리(위 2와 동일 기사), 노컷뉴스(2026.10.12). 출생연도 범위·평균 연령.

23. 헤럴드경제(위 6과 동일 기사). 업계의 파급력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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