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의 풍요, 삶의 빈곤

컴퓨터 모니터의 주가 하락 그래프 차트를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주식 투자자
소수 종목에 매여 있던 지수가 꺾이는 순간, 숫자가 주던 착시와 실제 삶의 간극이 드러난다.

카지노가 된 코스피, 국가는 무엇을 관리하고 있는가

나흘 사이 -29%에서 +17%까지, 반복되는 롤러코스터의 정치경제학

정치·경제 · 2026.08.01 · Watchman


앞선 글에서 우리는 개혁의 정당성과 개혁자의 신뢰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살펴보았다. 이번에 다룰 문제는 신뢰가 무너지는 방식이 아니라, 그 신뢰를 재는 계기판 자체가 나흘 만에 두 번 뒤집힌 사건이다.

7월 28일과 29일,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를 겪으며 한 달 낙폭 기준 역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채 사흘이 지나지 않은 31일, 지수는 장중 17%까지 치솟으며 이번에는 매수 사이드카를 발동시켰다.1

사흘 만에 뒤집힌 계기판

7월 29일, 코스피는 장중 한때 -12.64%까지 밀리며 5,262선을 위협받았다. 직전일 종가 기준 월간 하락률은 -28.9%에 달해, 코로나19 쇼크와 2008년 금융위기, 1998년 외환위기의 월간 낙폭마저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다만 오전장 후반 기관 매수가 유입되며 종가는 -5.98%로 낙폭을 줄였다.1 같은 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브라질 순방 중 “레버리지 ETF뿐만이 아닌 전반적인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31일, 지수는 전혀 다른 얼굴로 돌아왔다. 개장과 동시에 코스피·코스닥 양쪽에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오전 10시경 코스피는 전일 대비 17.07% 급등한 6,548선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상승률에 근접했다.2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0%, 22% 넘게 뛰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어닝 서프라이즈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급등이 방아쇠였고, 공교롭게도 이날은 개인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새 규제가 시행된 첫날이었다.3

이 국면에서 눈에 띄는 것은 수급의 방향이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만 4조 원 넘게 순매수하며 상승을 이끈 반면, 개인은 사흘째 차익 실현성 매도를 이어갔다.3 지수가 무너질 때도, 다시 치솟을 때도 국내 개인 투자자는 같은 방향으로 뒤늦게 반응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읽힌다. 폭락장에서 공포에 팔고, 폭등장에서 확신 없이 다시 파는 패턴이 반복될 때, 그 손실은 특정 계층에 구조적으로 누적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책 대응의 시차도 뚜렷하다. 레버리지 규제는 시장이 이미 붕괴 직전까지 갔던 시점에야 시행됐고, 그 시행 첫날 시장은 규제와 무관하게 외국인 수급만으로 17% 폭등했다. 규제가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설계됐다면, 정작 그 규제가 작동을 시작한 순간 시장은 규제와 무관한 이유로 이미 다른 극단으로 이동해 있었던 셈이다. 정책이 시장의 변동성을 관리하고 있다기보다, 변동성이 이미 지나간 자리를 정책이 뒤늦게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2016년 중국, 서킷브레이커가 서킷브레이커를 죽인 나흘

변동성을 잡겠다는 규제가 오히려 변동성을 키운 선례는 이미 있었다. 2016년 1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지수가 5% 하락하면 15분간 거래를 정지하고, 7% 하락하면 그날 거래를 아예 종료하는 서킷브레이커 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시장의 급락을 막기 위한 안전판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제도 시행 첫날인 1월 4일, 투자자들은 거래 정지가 임박했다는 신호 자체를 공포로 받아들여 서둘러 매도에 나섰고, 이 쏠림이 오히려 하락 속도를 가속시켰다. 사흘 뒤인 1월 7일에는 개장 30분도 안 돼 거래가 전면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결국 중국 당국은 도입 나흘 만인 1월 8일, 이 제도를 공식 중단했다.

안전장치로 설계된 규제가 그 자체로 공포의 신호가 되어 시장을 더 흔든 사례다. 정교하게 설계되지 않은 채 다급하게 도입된 규제는, 의도한 방향과 정반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역사는 이 지점에서 보여준다.

한비자와 몽테스키외 — 법은 예측 가능해야 법이다

한비자는 이렇게 말했다.

法莫如显 (법막여현)

“법은 밝게 드러내는 것만 한 것이 없다.”

한비자에게 법은 신비로울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누구나 미리 예측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제 기능을 한다. 위기가 닥친 뒤에야 서둘러 만들어져 위기의 한복판에 시행되는 규제는, 시장 참여자 입장에서 예측 가능한 규칙이 아니라 또 하나의 돌발 변수로 읽힐 수 있다.

몽테스키외는 권력이 자의적으로 행사되지 않도록 제도가 미리 그 경계를 정해두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가 경계한 것은 권력의 크기가 아니라 권력이 행사되는 시점의 자의성이었다. 위기 국면에 임기응변으로 던져지는 규제는, 그 내용이 아무리 타당하더라도 시장에는 ‘자의적 개입’으로 먼저 감지될 가능성이 있다.

철학은 모든 사건을 하나의 원리로 환원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같은 조건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 그 이유를 묻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도박장의 규칙은 도박장이 정하지 않는다

2016년 중국과 2026년 한국 사이에는 십 년의 시차와 전혀 다른 시장 구조가 있지만, 겹치는 지점은 뚜렷하다. 공포에 떠밀려 뒤늦게 만들어진 규제, 그 규제가 시행되는 순간에도 시장은 규제가 예상한 이유와 무관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나흘 사이 -29%와 +17%를 오간 지수 앞에서, 이를 ‘변동성 관리’라는 정책 언어로 부르는 것이 여전히 정확한 표현인지는 다시 물을 필요가 있다.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한 주 안에 두 방향으로 모두 발동되는 시장은, 관리되고 있는 시장이라기보다 참여자 각자가 서로 다른 정보와 속도로 베팅하는 도박장에 더 가깝게 읽힐 수 있다. 그 도박장의 판돈을 대는 것은 결국 뒤늦게 팔고 뒤늦게 사는 개인 투자자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는 무엇에 베팅하고 있는가

사흘 전 역사상 최악의 월간 낙폭을 쓴 지수는, 사흘 뒤 역사상 손꼽히는 단일 최대 상승률을 다시 썼다. 그 사이 시행된 규제는 어느 쪽 변동성도 막지 못했다. 2016년 중국 당국이 나흘 만에 접었던 실험을, 이 시장은 아직 반복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법이 밝게 드러나야 신뢰를 얻는다는 원리는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위기가 닥친 뒤에야 던져지는 규제는, 그 취지와 무관하게 또 하나의 변동성 요인으로 흡수될 위험을 안고 있다. 다음 폭락이나 폭등이 언제 다시 올지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지금의 규칙이 위기 전에 이미 예측 가능했는가 하는 질문일 것이다.

* 참고할 말씀: ‘내가 해 아래에서 행하는 모든 일을 보았노라 보라 모두 다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로다’ — 전도서 1:14

[참고 통계 및 출처]

1. 파이낸셜뉴스, “‘널뛰기’로는 부족했다…5600→6400, 코스피 덮친 ‘초변동성 쓰나미'”, 2026.7.31 / 코스피 7월 28~29일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 월간 역대 최대 낙폭

2. 파이낸셜뉴스, “‘이런 폭등은 없었다’…코스피, 역대 최대 17%대 치솟으며 6500선 탈환”, 2026.7.31

3. 오마이뉴스, “7월 폭락은 ‘가짜 공포’… 코스피 정상화 국면 진입할 것”, 2026.7.31 / 외국인 순매수 4조원대, 개인 순매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 시행 첫날

4.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2026년 7월 FOMC 정례회의 결과 — 기준금리 동결, 2026.7.30

5.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 주식시장 서킷브레이커(熔断) 제도 시행(2016.1.4)·공식 중단(2016.1.8)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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