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 공급이 막힌 나라의 가격은 왜 멈추지 않는가
67주 연속 상승, 그 숫자 뒤에 쌓인 것들
2026년 5월 · 경제·국방 / 사회·문화 · Watchman
앞선 글 「부품의 국적이 바뀐다 — 한국 제조업, 그 균열의 시작」에서 우리는 비용의 압박이 어떻게 산업 생태계의 뿌리를 흔드는지 살펴보았다. 이번 편이 주목하는 곳은 그와 전혀 다른 영역이지만, 작동하는 논리의 구조는 놀랍도록 닮아 있다.
2026년 5월 셋째 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수치는 담담하지만 무겁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 대비 0.31퍼센트 올랐다. 67주 연속 상승이다. 역대 최장 기록인 문재인 정부 시절 85주 연속 상승(2020년 6월~2022년 1월)을 조용히 뒤쫓고 있다는 사실보다, 이번 상승의 조건이 더 불길하다. 그때는 초저금리와 폭발적 유동성이 연료였다. 지금은 고금리와 고강도 대출 규제 속에서도 집값이 멈추지 않는다.¹
거래가 줄었는데 가격이 오른다. 이 모순처럼 보이는 현상 안에 진짜 문제가 있다.
매물이 없다. 전세 물건이 잠겨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새 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시장은 지금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가격을 띄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공급 자체가 구조적으로 차단된 상태에서 가격이 발화점을 찾고 있는 것이다.
공급이 막힌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 — 역사의 선례, 그리고 차이
공급 차단이 가격 폭등을 부른 전례는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선례를 가져올 때는 원인의 결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1970년대 스웨덴은 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강력한 임대료 통제와 신규 공급 억제 정책을 동시에 시행했다. 공급을 막은 주된 힘은 정부의 이념적 규제였다. 그 결과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공공임대 대기 명단이 수십 년 단위로 늘어났고, 규제 밖에 있는 민간 주택 시장의 가격은 역설적으로 폭등했다. 스웨덴 경제학자들이 이를 ‘공급 제한의 역설(Supply Restriction Paradox)’로 명명했을 때, 스톡홀름 주거 시장은 이미 해결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릴 구조적 왜곡에 깊숙이 빠져 있었다.²
영국의 경험도 같은 패턴을 따른다. 1970년대 노동당 정부는 민간 임대 허가를 제한하고 그린벨트를 대폭 확대하며 신규 주택 공급을 사실상 동결했다. 규제라는 단일 원인이 공급을 막았고, 그 대가는 런던의 주택 가격 대비 소득 비율이 역사적 한계를 돌파하는 형태로 돌아왔다.³
그렇다면 지금 한국은 이 선례들과 같은가. 아니다. 오히려 더 고약한 지점이 있다. 1970년대 유럽의 공급 차단은 ‘정부의 인위적 규제’라는 단일 원인이었다. 지금 한국의 공급 절벽은 규제에 더해,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과 환율 폭등이라는 비용 충격(Cost-push)이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 위기다. 원인이 하나일 때보다, 두 개 이상의 원인이 맞물릴 때 해법은 훨씬 좁아진다.
공급이 막히면 가격은 멈추지 않는다. 역사는 이 법칙에 예외를 허용하지 않았다. 다만 한국은 그 법칙이 더 복잡한 조건 위에서 작동하고 있다.
왜 새 집이 나오지 않는가 — 비용과 규제의 이중 압박
한국의 공급 차단은 단일 원인이 아니다. 여러 층위의 압박이 동시에 작동하며 건설 현장을 옥죄고 있다.
먼저 비용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이 발표하는 건설공사비지수(국가승인통계 제402001호)는 2021년 이후 가파른 상승 궤적을 그렸다. 2022년 한 해만 15.1퍼센트가 뛰었고, 2025년 4월 기준 131.1을 기록하며 2021년 1분기 대비 누적 상승률이 약 25퍼센트에 달한다. 시멘트와 레미콘 가격의 하방 경직성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건설기업의 원가 구조 개선을 가로막는 핵심 변수다.⁴
비용 상승의 배경에는 두바이유 가격 변동이 자리한다. 유가가 오르면 시멘트 소성(燒成) 연료비, 철근 운반 물류비, 방수제·단열재의 석유계 원료비가 연동하여 오른다. 환율 폭등은 수입 자재 단가를 추가로 끌어올린다. 건설 현장의 비용 압박은 이 연쇄 고리의 끝에서 터진다.⁵
다음은 인력과 제도다. 주52시간 근로제 도입 이후 건설 현장의 가용 작업 시간은 줄었고, 공기(工期)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는 법인 대표의 형사 책임 부담이 커지며 착공을 앞둔 현장이 사업 자체를 보류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공공주택 사업에서도 공사기간 연장 사업장이 꾸준히 누적되고 있다.⁶
비용은 올라가고, 인력은 줄어들고, 법적 리스크는 커졌다. 새 집을 짓는 행위 자체가 수익성과 안전성의 두 축에서 동시에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공공주택 공사기간 연장 사업장 현황은 이 현실을 수치로 보여준다. LH 발주 공공주택 건설공사 가운데 애초 계획보다 공기가 연장된 사업장이 꾸준히 늘고 있다. 정부가 목표로 내건 공급 물량과 실제 착공·준공 수치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는 동안, 시장은 그 간극을 가격으로 메우고 있다.⁷
흐름과 막힘의 철학 — 노자와 마키아벨리가 읽는 주택 시장
노자(老子)는 기원전 6세기, 물의 원리를 통해 순환과 통치의 본질을 이렇게 설명했다.
“天下莫柔弱於水, 而攻堅強者莫之能勝 (천하막유약어수, 이공견강자막지능승). 천하에 물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으나, 단단하고 강한 것을 공격함에 물보다 나은 것도 없다.”⁸
—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제78장, 기원전 6세기경
물은 막으면 고인다. 고이면 압력이 쌓인다. 그 압력은 언젠가 둑을 무너뜨린다. 공급이라는 흐름을 막으면 수요라는 압력이 쌓이고, 그 압력은 가격이라는 형태로 표출된다. 지금 서울의 주택 시장이 정확히 그 상태에 있다. 더 주목할 것은, 막힌 원인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규제가 막고, 비용이 막고, 공기 지연이 막는다. 여러 곳에서 동시에 막힌 물길은 단순히 한 곳을 뚫는다고 흐르지 않는다.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는 1513년 『군주론(Il Principe)』에서 권력자가 피해야 할 함정을 냉정하게 묘사했다.
“부상을 두려워해 치료를 늦추는 자는, 결국 의사도 고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고 만다.”⁹
—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 『군주론(Il Principe)』, 제3장, 1513년
공급 구조의 왜곡은 일찍 손댈수록 비용이 적게 든다. 비용이 무서워 분양가 현실화를 미루고, 법적 책임이 무서워 착공을 주저하고, 정치적 부담이 무서워 공기 기준 개정을 뒤로 미룰 때마다, 상처는 조용히 깊어진다. 한국 주택 공급 정책이 걸어온 경로가 그것이다.
철학은 모든 사건을 하나의 원리로 환원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같은 조건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 그 이유를 묻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패턴 — 이것이 반복되는 이유
지금 한국 주택 시장의 구조를 분해하면 세 개의 층위가 보인다.
첫째, 공급 측의 비용 폭등과 하방 경직성이다. 1970년대 스웨덴과 영국의 공급 차단이 이념적 규제가 부른 참사였다면, 현재 한국의 위기는 규제와 글로벌 비용 충격이 맞물린 복합 위기다. 착공을 늘리려면 비용을 견딜 수 있는 분양가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분양가가 오르면 실수요자의 부담이 커진다는 외통수가 남는다. 이 딜레마는 단순한 정책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둘째, 제도적 공기 지연의 누적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주52시간 근로제, 환경·안전 규제의 강화는 각각 정당한 사회적 명분을 가졌다. 그러나 그 명분에는 비용이 따른다. 안전과 노동의 가치를 지키기로 사회가 합의했다면, 그 합의가 초래하는 공기 연장과 비용 증가를 행정이 현실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가치는 지키되 그 비용을 시장에만 전가한다면, 결과는 공급 위축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셋째, 수요 측의 구조적 쏠림과 기대 심리다.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이 줄어들고 매물이 잠긴다는 것은 기존 거주자가 집을 내놓지 않는다는 뜻이다. 팔아봤자 대체 주택을 구할 수 없다는 계산이 그 배후에 있다. 공급 부족의 기대감이 매도 포기를 낳고, 그것이 다시 공급 부족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형성된다.
세 층위의 압박이 동시에 작동할 때, 가격은 외부 충격 없이는 꺾이지 않는다. 지금 서울 주택 시장은 그 구조적 균형점 위에 올라서 있다.
우리가 아직 묻지 않은 질문
정책 실패냐, 시장 실패냐는 논쟁은 이 문제를 단순화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지금 한국의 주택 시장은 정책과 시장이 동시에 엇나간 결과다.
규제를 철폐하면 안전과 노동 환경의 후퇴가 우려되고, 규제를 유지하면 착공이 더 줄어든다. 어느 쪽을 택해도 단기 해법은 없다. 그러나 이 외통수는 사실 선택지를 잘못 설정한 데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안전과 노동의 가치를 지키는 것과 공급을 늘리는 것은 원래 대립 관계가 아니다. 그 두 가지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행정 체계, 즉 늘어난 공기와 비용을 제도 안에서 현실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이 마련되지 않았을 때 비로소 대립처럼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노자가 말한 물의 원리는 여기서도 유효하다. 막힌 물길을 여는 방법이 둑을 폭파하는 것만은 아니다. 물길의 너비를 넓히는 것, 즉 공기와 비용의 기준 자체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것도 흐름을 회복하는 방법이다.
영국이 2000년대에 뒤늦게 공급 규제를 완화했을 때도, 시장이 적정 가격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수십 년이 필요했다. 주거 공급의 구조적 왜곡은 단기간에 교정되지 않는다.
헌 집을 줄 테니 새 집을 달라는 요구는, 새 집을 짓는 조건이 갖춰져 있을 때만 성립하는 거래다. 지금 한국은 헌 집을 내놓으려는 사람과 새 집을 짓지 못하는 구조 사이의 간극 위에 서 있다. 바라보는 자는 묻는다 — 우리는 명분의 비용을 정직하게 계산하고 있는가.
* 참고할 말씀: ‘지혜로운 자는 집을 세우고 어리석은 자는 자기 손으로 허느니라.’ — 잠언 14:1
¹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 2026년 5월 셋째 주(5월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전주 대비 0.31% 상승, 67주 연속 상승 기록 확인. 역대 최장 85주 연속 상승(2020년 6월 둘째 주~2022년 1월 셋째 주) 비교 기준 동일 출처.
² Turner, Bengt and Christine M. E. Whitehead, “Reducing Housing Subsidy: Swedish Housing Policy in an International Context,” Urban Studies, Vol. 39, No. 2, 2002, pp. 201–217. 스웨덴 임대료 통제 및 공급 억제 정책의 장기 효과 분석; Lindqvist, Erik, Swedish Housing and Mortgage Markets(스웨덴 재정연구소, 2012). 스톡홀름 주거 시장 왜곡 구조 기술.
³ Barker, Kate, Review of Housing Supply: Delivering Stability: Securing Our Future Housing Needs(영국 HM Treasury·ODPM, 2004). 1970년대 이후 영국 주택 공급 제한 정책과 가격 왜곡 인과관계 분석; 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ONS), Housing Affordability in England and Wales Annual Report, 2023. 런던 주택 가격 대비 소득 비율 장기 추이 포함.
⁴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공사비원가관리센터, 「건설공사비지수 동향」(국가승인통계 제402001호), 2025년 4월. 건설공사비지수 131.1p(2021년 1분기 대비 누적 상승률 약 25%); 연간 상승률: 2021년 4.2%, 2022년 15.1%, 2023년 6.1%, 2024년 2.1%. 시멘트·레미콘 하방 경직성 유지 기술.
⁵ 한국석유공사 오피넷(Opinet), 두바이유 월간 가격 동향(oil.or.kr);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생산자물가지수 — 시멘트·철근·페인트·방수재·단열재 품목별 추이; 서울외국환중개(SMBS), 원/달러 환율 일별 추이.
⁶ 법무부·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업 수사·기소 현황」(2022년 1월 시행 이후 누적);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정책단, 「주52시간 근로제 도입에 따른 건설현장 실태조사 보고서」.
⁷ 국토교통부, 「공공주택 건설사업 추진 현황 및 공기 연장 사업장 현황」(국토교통부 보도자료·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제출 자료); LH(한국토지주택공사), 「공공주택 건설공사 공기 연장 및 지체상금 현황」 관련 자료(국감 제출).
⁸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제78장, 기원전 6세기경 추정. “天下莫柔弱於水, 而攻堅強者莫之能勝, 以其無以易之.” 천하에 물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으나, 단단하고 강한 것을 공격함에 물보다 나은 것도 없으니, 이는 그것을 대체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⁹ Niccolò Machiavelli, Il Principe(군주론), 제3장, 1513년. “…chi non è medico in tempo, arriva tardi quando il male è cresciuto.” 때에 맞게 치료하지 않는 자는, 병이 커진 뒤에야 뒤늦게 도달한다. (저자 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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