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줄로 추락한 시장
AI 국민배당금과 시장의 공포
Section 01
8,000이 보이던 날
2026년 5월 12일 오전, 코스피는 역사상 처음으로 7,999.67을 찍었다. 8,000선이 손에 잡힐 듯했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만에 지수는 7,421까지 밀렸다. 차액은 578포인트, 낙폭은 5%가 넘었다.
누가 방아쇠를 당겼는가. 군대도 아니고, 연준도 아니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전날 밤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 한 편이었다.
Section 02
자본은 언제나 먼저 움직였다
1936년 6월, 레옹 블룸 인민전선 정부가 집권하자 파리의 자본은 국경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블룸이 실제로 어떤 법안을 낸 것이 아니었다. 그가 ‘좌파’라는 사실만으로도, 더 정확히는 자본이 그를 ‘분배를 요구하는 자’로 읽는 순간, 이미 움직임은 시작됐다.
1933년 3월, 루스벨트의 뉴딜 선언 직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정책의 세부 내용이 확정되기도 전에 월스트리트는 출렁였다. 정확한 사실은 나중 문제다. 방향이 읽혔다고 느끼는 순간, 자본은 이미 문을 나선다.
Section 03
직함이 말의 무게를 바꾼다
한비자는 말했다. 권력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도와 무관하게 명령으로 읽힌다. 그것이 권력의 언어가 가진 본질적 위험이다.
청와대는 이날 “청와대 내부 논의나 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시장은 이미 움직인 뒤였다. 해명은 사후에 왔고, 자금은 사전에 빠져나갔다.
“군주는 사자의 힘과 여우의 지혜를 동시에 가져야 한다.” — 마키아벨리, 『군주론』
힘만으로는 함정을 피할 수 없고, 지혜만으로는 늑대를 막을 수 없다. 말의 무게를 아는 것, 그것이 권력자에게 요구되는 여우의 지혜다. 지혜를 멀리한다면 무능과 친구이고, 권력에 취해 비틀거리는 자일 것이다.
Section 04
7조 원이 빠져나간 하루
블룸버그 통신은 “투자자들이 해당 제안이 실제 어떤 정책을 의미하는지 해석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혼란 속에서 가장 원초적인 선택을 했다. 팔고 나가는 것.
이것이 새로운 국면이다. 5월 12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5조 6,628억 원, 기관은 1조 1,594억 원 순매도에 나섰다. 약 7조 원에 가까운 자금이 단 하루, 페이스북 게시글 하나를 빌미로 빠져나갔다.
AI 시대, 정보는 빛의 속도로 번지고 시장은 그보다 빠르게 반응한다. 개인 의견과 정책 신호 사이의 경계는 누가 관리하는가. 결국 그 답은 공직자의 능력과 실력에 달려 있다. 시장이 신뢰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다. 그 정책을 말하는 사람이다.
* 참고할 말씀: “지혜로운 자는 재앙을 보면 숨어 피하되 어리석은 자는 나아가다가 해를 받느니라.” — 잠언 22:3
출처: 머니투데이 (2026.05.12) / 헤럴드경제 (2026.05.12) / 사이드뷰 (2026.05.12) / Bloombe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