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 문, 닫힌 원칙 — 외국인 부동산과 주권의 비대칭
법 앞에 멈춘 질문
2026년 6월 3일 · 정치·외교 · Watchman
앞선 글에서 우리는 유턴기업 정책의 화려한 청사진과 냉혹한 귀환의 현실 사이의 간격을 살펴보았다. 이번 편의 시선은 산업 정책의 바깥으로, 법과 제도가 만들어낸 구조적 비대칭을 향해 이동한다.
문이 열려 있다는 것
2026년 5월 2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통계 한 줄이 조용히 흘러갔다.
외국인이 소유한 국내 주택, 108,231호. 전년 대비 8.0%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¹
숫자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외국인의 국내 자산 보유는 개방 경제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이 통계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읽을 때, 익숙한 풍경이 전혀 낯선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부동산을 취득할 때, 그들은 소유권 — 토지와 건물 모두 — 을 내국인과 하등 다를 바 없이 온전히 가져간다. 그렇다면 한국인이 특정 국가에서 부동산을 취득할 때는 어떤가.
외국인 소유 주택의 56.8%(61,000호)를 점유하는 국적을 가진 나라는 사회주의 헌법 체계 아래 토지 국유제를 운용한다. 그 나라에서는 외국인은 물론이고 자국민 개인도 토지 소유권을 가질 수 없다. 주거용 건물의 경우 최대 70년 기한의 토지사용권을 취득할 수 있을 뿐이다.²
한국에서 그 나라 국민은 완전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 나라에서 한국인은 토지를 소유할 수 없다. 이 비대칭이 현재의 법 체계 안에서 합법적으로, 그리고 조용히 작동하고 있다.
이 글이 특정 국적을 분석의 중심에 놓는 것은 감정 때문이 아니다. 외국인 소유 주택 내에서 해당 국적의 비중(56.8%)이 압도적이고, 부동산·참정권 양 영역에서 비대칭 구조가 동시에 확인되는 사례가 현재 이 조합 외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분석은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른다.
10만 호의 지도
국토교통부 통계를 국적별·지역별로 펼치면 구조가 선명해진다.
국적별 보유 현황은 중국 61,000호(56.8%), 미국 23,000호(21.4%), 캐나다 6,500호(6.0%), 대만 3,400호(3.1%), 호주 2,000호(1.9%) 순이다.¹ 외국인 소유 주택의 70% 이상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경기도 42,386호(39.2%), 서울 24,541호(22.7%), 인천 11,279호(10.4%)다.¹
국적별 선호 지역도 갈린다. 중국 국적자는 부천·안산·시흥 등 경기 서남부 산업단지 인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미국·캐나다 국적자는 강남·서초·송파와 용산 등 고가 주거지에 주로 분포한다. 이 지역 분화는 단순한 생활권 선택을 넘어, 수도권 핵심 주거 시장 전반에 외국 자본이 이미 깊숙이 편입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도 이 흐름을 인식했다. 2025년 8월, 수도권 주요 지역이 ‘외국인 대상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고, 지정 이후 강남·용산 일대 외국인 거래량이 58% 급감했다.³ 제도적 규제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규제 이전까지 얼마나 자유롭게 자본이 움직였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이 구조의 기원은 1997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IMF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자본시장 전면 개방이 요구됐고, 외국인 자산 취득 규제는 이후 단계적으로 완화되었다. 문이 열린 것이 아니라, 문이 열릴 수밖에 없는 조건이 먼저 설계된 것에 가까웠다. 그 조건이 어디까지 작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재검토는, 개방 이후 지금까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같은 구조, 다른 영역
부동산에서 확인된 비대칭은 참정권이라는 또 다른 영역에서도 반복된다.
공직선거법 제15조는 영주권(F-5) 취득 후 3년이 경과한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한다. 2005년 도입 당시 OECD 국가 중 최초로 외국인에게 지방 참정권을 부여한 사례였다.⁴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체 외국인 유권자 12만 2,148명 중 중국 국적자가 9만 5,767명으로 78.4%를 차지했다.⁵ 2026년 지방선거 기준으로는 전체 외국인 영주권자 약 18만 1,251명 중 중국 국적자가 11~12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⁵
상대국은 자국 내 외국인에게 어떠한 선거권도 부여하지 않는다. 자국민에게도 직접적인 지방·중앙 선거권은 극히 제한적으로 운용된다.
부동산과 참정권, 두 영역에서 같은 구조가 확인된다. 이 두 이슈를 함께 다루는 것은 논점 분산이 아니다. 동일한 비대칭 원리가 서로 다른 제도 영역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패턴을 보여주는 것이다.
상호주의라는 원칙의 무게
국제법의 상호주의(Reciprocity)는 조약 협상의 원리다. 그러나 이 글이 묻는 것은 법리가 아니라 정책 설계의 기준선이다. 타국이 자국민에게 주지 않는 권리를, 우리가 먼저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 그 판단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의 문제다.
이 질문은 한국만이 직면한 것이 아니다.
1973년, 싱가포르는 주거용부동산법(Residential Property Act)을 제정했다. 외국인은 단독주택이나 토지를 정부 승인 없이 취득할 수 없다는 규정이었다. 한정된 영토를 가진 도시국가가 토지 소유 구조를 주권의 문제로 인식했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2023년 4월에는 외국인 주거용 부동산 취득세를 30%에서 60%로 인상했다.⁶ 고가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 자본의 유입 속도가 내국인의 주거 접근성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이었다.
캐나다는 2023년 1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외국인의 주거용 부동산 취득을 한시적으로 전면 금지했다.⁷ 밴쿠버와 토론토에서 외국 자본 유입이 주택 가격 급등의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연구 결과들이 쌓인 뒤의 결정이었다. 호주는 2025년 4월부터 2029년 6월까지 외국인의 기존 주택 취득을 전면 금지했다. 신규 주택에 한해 FIRB(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 승인 후 취득이 가능하며, 2024년에는 FIRB 신청 수수료를 3배 인상하는 방식으로 외국 자본의 부동산 유입에 대한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해왔다.⁸
이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선택한 것은 혐오가 아니었다. 자국민의 주거 접근성과 자산 주권을 어느 수준에서 보호할 것인가 — 그 기준선을 정책적으로 판단하고 제도적으로 응답한 것이었다.
규제가 만들어낸 역설
이 구조가 만들어내는 일상의 풍경이 있다.
한국의 청년과 서민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LTV(담보인정비율) 등 촘촘한 대출 규제 안에서 집을 사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이 10배를 상회하기 시작하면서, 자가 보유는 상당수 가구에게 멀어지는 목표가 됐다.⁹
그 규제의 바깥에서 외국 자본이 수도권 주택을 취득한다. 그리고 그 주택에 대한민국 국민이 전세 혹은 월세로 입주한다. 내국인 세입자가 매달 납부하는 임대료가 외국인 집주인의 자산 수익으로 귀결되는 구조가 현실에서 작동하고 있다.
내국인의 주거 접근성을 보호하기 위해 설계된 대출 규제가, 정작 내국인의 자산 형성 사다리는 좁히면서 규제 외부의 외국 자본에게는 시장을 열어두는 역설적 결과를 낳고 있다. 정책의 목표와 효과 사이에서 구조적 결손이 발생하고 있다.
| 국적별 보유 현황 | 수도권 지역별 분포 |
|---|---|
| 중국 61,000호 (56.8%) | 경기 42,386호 (39.2%) |
| 미국 23,000호 (21.4%) | 서울 24,541호 (22.7%) |
| 캐나다 6,500호 (6.0%) | 인천 11,279호 (10.4%) |
| 대만 3,400호 (3.1%) | ※ 외국인 소유 주택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 |
제도적 응답의 가능성
이 논의가 혐오나 특정 국적을 향한 반감으로 귀결되지 않으려면, 제도의 언어로 사고해야 한다.
싱가포르는 취득세 60% 중과로 응답했다. 캐나다는 2년간 취득 금지로 응답했다. 호주는 기존 주택 취득 전면 금지와 신청 수수료 3배 인상으로 응답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선택한 것은 자국민 주거 보호를 위한 취득세 차등 적용과, 필요에 따라 상호주의 원칙을 정책 설계의 기준점으로 삼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이 논의가 시작될 때 마주할 질문들이 있다. 외국인 부동산 취득세 중과의 적정 수준은 어디까지인가. 참정권 부여 기준에 상호성 원칙을 투영하는 것은 가능한가. 국내 청년 가구의 자산 형성 경로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역사는 이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어렵다는 이유로 논의하지 않는 것과, 논의했으나 답을 찾지 못한 것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전자는 구조를 방치하는 것이고, 후자는 구조를 직시하는 것이다.
힘의 비대칭을 직시하는 것에 대하여
“강자는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약자는 감수해야 하는 것을 감수한다.”
— 투키디데스(Thucydides),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제5권, 멜로스 대화(Melian Dialogue), 기원전 416년
기원전 416년, 아테네는 중립을 선언한 작은 섬나라 멜로스를 포위하며 협상을 요구했다. 멜로스 대표들이 정의와 원칙을 내세우자, 아테네는 답했다. 강자의 논리는 정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멜로스는 항복을 거부했고, 이듬해 아테네에 의해 멸망했다.¹⁰
이 장면을 꺼내는 이유는 비관론이 아니다. 반대다. 투키디데스가 2,400년 뒤에도 읽히는 이유는, 힘의 비대칭을 인식하지 못하는 쪽이 먼저 구조 안으로 편입된다는 사실을 역사가 반복해서 증명하기 때문이다. 비대칭을 직시하는 것이 그 구조에 저항하는 출발점이다. 멜로스는 정의를 논했으나 현실의 무게를 재지 않았다.
한국이 직면한 질문은 힘의 크기가 아니다. 자국민의 주거 접근성과 자산 주권을 어느 수준에서 보호해야 하는가, 그 기준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가 — 이 판단을 주권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가다. 싱가포르와 캐나다와 호주는 그 판단을 이미 내렸다. 제도의 언어로.
법 앞에 멈춘 질문
문이 열려 있다는 것과, 그 문의 원칙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108,231호라는 숫자의 뒤편에는 상호주의라는 원칙의 결손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그 결손을 먼저 본 나라들이 이미 제도적 선택을 했다. 감정이 아니라 제도로, 선언이 아니라 법률로.
한국에서 이 질문은 아직 법 앞에 멈춰 있다. 멈춘 것인가, 아니면 외면하기로 한 것인가.
* 참고할 말씀: ‘공의를 물같이, 정의를 마르지 않는 강같이 흘러라.’ — 아모스 5:24
¹ 국토교통부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한국부동산원, 「’25년 말 기준 외국인 토지·주택 보유통계」 보도자료, 2026년 5월 29일. (molit.go.kr)
² 중국 물권법(物權法, 2007) 제2편 제12장 및 토지관리법(土地管理法) — 토지 국유제 원칙 및 주거용 토지사용권(70년) 규정.
³ 국토교통부,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거래 동향 발표, 2025년 하반기. (molit.go.kr)
⁴ 공직선거법 제15조 제2항. 2005년 개정, 영주권자(F-5) 취득 후 3년 경과자에게 지방선거 선거권 부여. (nec.go.kr)
⁵ 국회예산정책처, 태영호 의원실 제출 자료, 2021년 9월. 2021년 6월 말 기준 외국인 유권자 122,148명 중 중국 국적자 95,767명(78.4%). 김수정·박태균, 「한국의 외국인 지방선거 참정권 도입의 역사와 현황」,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2023. 양혜원·유근환, 「지방선거에서 중국인 등 외국인 영주권자 선거권 배제 필요성에 관한 연구」, 『한국지방자치연구』 26(2), 2024.
⁶ Singapore Ministry of Finance, “Additional Buyer’s Stamp Duty (ABSD) rates revised for foreigners to 60%”, April 2023. (mof.gov.sg)
⁷ Government of Canada, Prohibition on the Purchase of Residential Property by Non-Canadians Act, January 2023. (laws-lois.justice.gc.ca)
⁸ Australian Taxation Office, “Foreign investment in Australia — Residential property”; Foreign Investment Review Board (FIRB), Guidance Note 6: Residential Land (v4, December 2025). 2025년 4월부터 2029년 6월까지 외국인의 기존 주택(established dwelling) 취득 전면 금지(임시거주자 포함). 신규 주택은 FIRB 승인 후 취득 가능. 2024년 FIRB 주거용 부동산 신청 수수료 3배 인상 시행. (ato.gov.au / foreigninvestment.gov.au)
⁹ 한국부동산원, 서울 아파트 PIR(Price-to-Income Ratio) 추이, 2025~2026년. (reb.or.kr)
¹⁰ Thucydides, History of the Peloponnesian War, Book V, Chapters 84–116 (Melian Dialogue), 기원전 5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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