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오라 했지만 — 환영식 뒤에 숨겨진 청구서
유턴기업 정책의 장밋빛 청사진과 냉혹한 귀환의 현실
2026년 6월 · 경제·국방 · Watchman
포템킨의 초대장
1787년 여름, 러시아 여제 예카테리나 2세의 배가 드네프르강을 따라 남하했다.
강 양쪽으로 풍요로운 마을이 펼쳐졌다. 활기찬 농민들이 손을 흔들었고, 건물들은 말끔하게 단장되어 있었다. 총독 그리고리 포템킨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풍경이었다. 그러나 여제의 배가 지나간 뒤, 그 마을들은 사라졌다. 나무로 만든 벽면이었다. 벽면 뒤에는 가혹한 세금으로 황폐해진 땅이 있었다.
‘포템킨 빌리지’. 오늘날 이 말은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실질이 없는 전시행정의 대명사로 쓰인다.
2026년 5월 2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국내복귀(유턴) 재정립 및 촉진방안」을 발표했다. 유턴기업 인정범위를 재설계하고, 보조금 지원체계를 개편하며, 첨단 국내 투자를 유인하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이었다.¹
그런데 숫자는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유턴기업 선정 건수는 2021년 25곳을 정점으로 2022년 23곳, 2024년 20곳, 2025년 14곳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2026년 현재까지 선정된 유턴기업은 단 한 곳이다. 같은 기간 정부가 지출한 투자 보조금은 2020년 이후 총 7,703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보조금을 수령한 기업 중 43%는 실제 국내 공장을 건설하지 않았다.² 정부는 문을 열었다. 기업들은 그 문 안을 들여다보고, 복귀에 따른 기회비용을 재산정하며 관망세로 돌아섰다.
포템킨의 벽면은 여제를 감동시켰지만, 실제 이주민들을 끌어들이지는 못했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조건
고대 그리스 신화에 포악한 강도 프로크루스테스가 등장한다. 그는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자신의 철제 침대에 눕혔다. 키가 짧으면 다리를 잡아 늘렸고, 침대보다 크면 남는 부분을 잘라버렸다. 기준은 오직 하나, 침대의 길이였다. 행인의 몸이 문제가 아니었다. 침대가 문제였다.
유턴기업 지정 요건을 들여다보면 이 신화가 겹쳐 보인다.
현대모비스는 울산에 친환경차 부품 공장을 건설하며 정부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최종 심사에서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신규 고용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첨단 친환경 공장의 특성상 기존 숙련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 행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 효성의 경우는 더 아이러니하다. 해외에 공장을 짓기로 했던 계획을 국내로 전환했지만 유턴 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정부 기준은 ‘이미 존재하는 해외 공장의 감축·철수’를 요구했고, ‘짓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³
현행 제도는 해외사업장에서 생산하는 제품과 같거나 유사한 사업만 유턴으로 인정해왔다. 해외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던 기업이 국내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부품이나 R&D 사업으로 전환하면 지원 대상에서 자동으로 제외된다.¹ 기업들은 21세기의 속도와 유연성으로 움직이는데, 행정 기준은 과거 노동집약적 제조업 시대의 논리로 침대를 재고 있었다.
이 구조적 한계는 수년간의 비판 끝에 2026년 5월, 「유턴 재정립 및 촉진방안」을 통해 마침내 개편의 방향을 잡았다. 해외 사업장을 유지하더라도 국내에 핵심 생산시설인 ‘마더팩토리’를 투자하면 유턴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¹ 뒤늦은 행정의 유연성 확보다. 그러나 이미 관망세로 돌아선 기업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그 유연성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작동할지는 아직 검증 전이다.
콜베르의 온실에서 자란 것
17세기 프랑스의 재무장관 장 바티스트 콜베르(Colbert)는 루이 14세 치하에서 프랑스 제조업을 일으키겠다는 야망을 가졌다. 해외 기술자와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독점권, 무상 부지, 보조금을 내걸었다. 온실을 아름답게 꾸몄다.
그러나 기업들이 온실 안으로 들어오자, 콜베르는 제품의 규격부터 노동자의 근무 시간, 심지어 천을 짜는 실의 개수까지 수천 가지 규정으로 통제하기 시작했다. 참다못한 상인 르장드르(Le Gendre)가 콜베르를 찾아가 남긴 말이 역사에 기록된다.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시오(Laissez-faire, 레세페르).”
이 한마디가 훗날 자유주의 경제학의 시초가 되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한국의 유턴기업들이 온실 안으로 들어오면 무엇을 마주하는가.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2018~2019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의 인상 속도는 주요 경쟁국 대비 이례적인 수준으로, 생산성 증가율을 상회하는 임금 인상이 제조업 현장의 인건비 경쟁력을 빠르게 약화시켰다.⁴ 주 52시간제는 생산성과 운영의 유연성 측면에서 제조업 현장에 실질적인 제약으로 작동한다. 글로벌 수주 물량이 집중되는 시기에 탄력적 대응이 어려워지면, 납기 차질이나 계약 반납으로 이어질 수 있다.⁵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 중요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타당하다. 그러나 경영자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직접 겨냥하는 구조가 현장의 투자 판단을 위축시킨다는 우려는 기업 현장에서 일관되게 제기된다.⁶
글로벌 사례는 이 구조의 한계를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아디다스는 2016년 독일 안스바흐(Ansbach), 2017년 미국 애틀랜타(Atlanta)에 로봇 자동화 공장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를 열며 화려하게 리쇼어링(Reshoring)을 선언했다. 자동화로 선진국의 인건비 부담을 해소하고, 물류를 단축하겠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불과 3년 만인 2020년 4월, 두 공장은 모두 문을 닫았다. 신발 제조 공정의 특성상 완전 자동화가 불가능했고, 연간 4억 켤레를 소화해야 하는 기업에서 두 공장의 생산량은 100만 켤레에 그쳤다. 더 근본적으로, 부품과 원자재를 공급하는 협력 생태계 자체가 여전히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었다. 나 홀로 귀환한 공장은 고립된 섬이 되었다.⁷
한국 역시 같은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유턴 대기업 단독의 복귀가 아니라, 전후방 협력 중소기업을 아우르는 ‘생태계형 리쇼어링’ 전략이 부재한 상태에서, 보조금은 공장을 짓는 데 쓸 수 있어도 공급망의 생태계는 하루아침에 이식되지 않는다. 콜베르의 온실이 화려했던 것처럼, 지원책의 목록은 길 수 있다. 그러나 온실 내부의 조건이 식물에게 맞지 않으면 식물은 자라지 않는다.
황금 새장의 청구서
로마 제국 말기, 황제들은 지방의 자산가들을 대도시로 불러들이기 위해 명예직과 세제 혜택을 약속했다. 그러나 막상 이들이 복귀하자 기다리고 있던 것은 ‘민중 부양금’이라는 이름의 준조세(準租稅, 준조세)였다. 화려하게 장식된 새장처럼 보이는 혜택 뒤에 날개를 꺾는 청구서가 있었다.
준조세(準租稅, 준조세). 법정 세금 이외에 기업과 개인이 의무적으로 부담하는 각종 부담금과 부과금이다.
기획재정부 부담금운용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부담금 징수액은 최근 수년간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인다.⁸ 조세 외 부담금의 과도한 징수는 기업의 실효세율(實效稅率, 실효세율)을 왜곡하고 투자 결정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환경부담금, 산재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사용자 부담, 각종 개발부담금과 기반시설부담금. 법인세 명목세율(名目稅率, 명목세율)만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가 실효 비용을 계산해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대기업은 법무팀과 재무팀이 이 부담을 흡수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유턴 대기업을 뒷받침해야 할 국내 중소 협력업체와 소상공인 공급망은 다르다. 통계청·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선진국 대비 현저히 높고, 이 계층에게 준조세 부담의 누적은 공급망 자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작동할 수 있다.⁹
반면 미국은 2017년 감세 및 일자리 법(TCJA)을 통해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는 동시에, 규제 하나를 신설하면 기존 규제 둘을 폐지하는 ‘Two-for-One’ 정책을 병행했다. 세금과 규제의 구조 자체를 건드린 것이다. 리쇼어링을 성공시킨 것은 일회성 보조금이 아니었다. 기업이 상시로 숨 쉴 수 있는 경영 환경의 근본적 개선이었다.
“賞罰者(상벌자), 邦之利器也(방지이기야).” — 상(賞, 상)과 벌(罰, 벌)은 나라의 날카로운 도구다. 상만 있고 구조적 부담이 그대로라면, 상은 설득력을 잃는다.
— 한비자(韓非子, 한비자), 「이병(二柄, 이병)」
유인책(상)의 목록은 늘어났다. 그러나 기업이 실질적으로 마주하는 경영 환경의 무게는 그대로다. 한비자(韓非子, 한비자)가 말한 날카로운 도구는 상과 벌의 균형 속에 있다. 상을 화려하게 내걸면서 구조적 비용 부담은 외면하는 정책은, 날카롭지도 않고 설득력도 없다.
온정적 관료주의의 역설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 토크빌)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부가 빠지기 쉬운 함정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그 종류의 전제정치는 인간의 외적 행동에 대해서는 규율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은 의지를 연약하게 만들고, 복종을 온순하게 만들고, 정신을 굴복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 토크빌, 『미국의 민주주의(De la démocratie en Amérique)』 2권, 4부 6장
토크빌이 묘사한 것은 거친 폭력이 아니다. 부드럽고 세심하게 모든 것을 관리하려는 온정적 권위주의다. 기업에게 지원책을 내밀면서도 그 기업이 어떻게 고용하고, 얼마를 지불하고, 몇 시간을 일하고, 어떤 사고를 냈는지를 촘촘히 규율하는 방식. 선의로 포장된 관료주의가 자율적 경제 주체의 의지를 서서히 소진시킨다.
노자(老子, 노자)는 다른 각도에서 같은 지점을 건드린다.
“其政悶悶(기정민민), 其民淳淳(기민순순);其政察察(기정찰찰), 其民缺缺(기민결결).” — 정치가 느슨하고 덜 간섭할수록 백성은 순박해지고, 정치가 촘촘하고 따지기 좋아할수록 백성은 결핍에 빠진다.
— 노자(老子, 노자), 『도덕경(道德經, 도덕경)』 58장
규제의 촘촘함이 기업을 살찌우는 것이 아니라 결핍으로 이끈다는 역설이다. 간섭이 촘촘해질수록 경제 주체의 에너지는 생산이 아닌 규제 대응에 소진된다. 포템킨의 벽면은 여제를 감동시킬 수 있었지만 실제 이주민들을 끌어들이지는 못했던 것처럼, 화려한 정책 발표 뒤에 촘촘한 규제의 격자가 그대로라면 기업의 이성적 계산은 귀환 대신 관망을 선택한다.
멀리서 보아야 보이는 것
돌아오라는 말은 쉽다.
그러나 기업은 감성으로 귀환을 결정하지 않는다. 10년치 인건비를 계산하고, 규제 리스크를 법무팀에 검토시키고, 공급망 재구성 비용을 시뮬레이션한다. 그 숫자가 설득력을 가질 때 비로소 발걸음을 돌린다.
현재 한국의 유턴기업 정책이 마주하고 있는 구조적 모순은 명확하다. 지원책의 목록은 늘어나는데, 기업이 실질적으로 마주하는 경영 환경의 무게는 그대로다. 인건비 경쟁력은 약화되고, 규제의 밀도는 높아지고, 조세 외 부담금의 누적은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그 구조 속에서 보조금 몇 억 원의 유인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역사는 이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기업을 불러들이고 싶다면, 먼저 기업이 숨 쉴 수 있는 공기를 바꾸었는가. 포템킨의 벽면을 더 화려하게 칠하는 것이 답인가, 아니면 벽면 뒤편의 황폐한 땅을 먼저 일구는 것이 답인가. 멀리서 보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환영식의 화려함과 청구서의 무게 사이, 그 거리를 재는 것이 바라보는 자의 자리다.
앞선 글 「약자를 위한다는 말의 무게」에서 우리는 소득주도성장 5년이 통계에 남긴 역설의 기록을 살펴보았다. 이번 편의 풍경은 가계 안쪽이 아닌 산업 정책의 바깥에서, 같은 구조적 모순이 어떻게 반복되는지를 담고 있다.
* 참고할 말씀: ‘너희가 자기를 위하여 의를 심고 인애를 거두라. 지금이 곧 여호와를 찾을 때니 너희 묵은 땅을 기경하라.’ — 호세아 10:12
¹ 산업통상자원부, 「국내복귀(유턴) 재정립 및 촉진방안」, 경제관계장관회의 발표, 2026년 5월 29일. (motie.go.kr)
² 서울경제, 「유턴기업 선정돼도 복귀 35%뿐…경영 부담에 머뭇거리는 기업들」, 2026년 5월; 서울경제, 「보조금 3000억 받고도…유턴 안 하는 ‘유턴기업’」, 2024년 9월 30일. (sedaily.com)
³ 산업연구원(KIET),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실태와 리쇼어링 활성화 정책 과제」. (kiet.re.kr)
⁴ 최저임금위원회, 「연도별 시간당 최저임금 및 결정 현황」. (minimumwage.go.kr)
⁵ 고용노동부, 「근로시간 단축(주 52시간제) 현장 안착 지원 및 유연근로제 가이드라인」. (moel.go.kr)
⁶ 법무부·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 및 판례 동향」. (moj.go.kr / moel.go.kr)
⁷ 아디다스 스피드 팩토리 폐쇄 공식 발표, 2019년 11월; 디지털투데이, 「의도한 실패?…’亞 유턴’ 아디다스 놓고 해석분분」, 2019년 11월 28일. (digitaltoday.co.kr)
⁸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 「2025~2026년도 부담금운용 종합보고서 및 정비계획」. (moef.go.kr)
⁹ 통계청·중소벤처기업부, 「2025년 기준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 공표」. (kostat.go.kr / mss.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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