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영의 스크린, 지워지는 청년

번영의 스크린, 지워지는 청년

고용은 세금으로, 재정은 부채로, 자산은 양극화로

2026년 6월 · 경제·정치 · Watchman

앞선 글에서 코스피 8천선과 VKOSPI 91이 같은 날 공존하는 역설을, 그리고 명목 GDP 50년 만의 최고가 가린 것들을 살펴보았다.

최고와 최고가 충돌하는 날  |  한국호, 어디로 가는가

지수는 오르는데 청년은 사라지고 있다

2026년 6월 12일, 코스피가 다시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습을 취소하고 종전 협상에 진전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개장 6분 만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반도체 수출은 사상 초유의 호황이고, 무역수지는 역대급 흑자다. 지수는 오르고, 뉴스는 밝고, 지표는 빛난다.

그런데 바로 전날, 전혀 다른 숫자가 조용히 발표됐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5월 고용동향. 15세 이상 취업자는 2,912만 명 — 1년 전보다 4만 명 감소했다. 17개월 만의 첫 감소 전환이다. 충격의 대부분은 청년에게 집중됐다. 15~29세 청년 취업자는 1년 사이 25만 5천 명이 사라졌다. 코로나19 충격이 한창이던 2021년 1월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그리고 이것은 돌발 사고가 아니다. 청년 취업자는 이미 2022년 11월 이후 43개월 연속 줄고 있다. 3년 7개월째 멈추지 않는 행진이다.

청년 고용률은 43.8%로 떨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있다’고 답한 청년만 38만 4천 명이다. 반도체가 역대 최대 수출을 기록하는 이 나라에서, 청년 4명 중 1명 이상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찾기를 포기하고 있다.

2026년 5월 청년 고용 지표 (국가데이터처) -25만 5천 명 청년(15~29세) 취업자 전년 동월 대비 감소 · 코로나 이후 최대
청년 고용률 43.8% — 전년 대비 2.4%p 하락
43개월 연속 감소 (2022년 11월 이후)
‘쉬었음’ 청년 38만 4천 명
전체 취업자 4만 명 감소 — 17개월 만의 첫 감소 전환
출처: 국가데이터처, 「2026년 5월 고용동향」, 2026.06.11.

이것이 지금 이 나라의 두 얼굴이다. 화면 위에는 지수가 오르고 있고, 화면 밖에서는 청년이 지우개로 지워지고 있다.

역사가 알고 있는 패턴 — 숫자가 번창할 때 사람이 소외될 때

이 모순을 역사는 낯설게 여기지 않는다.

1980년대 영국을 보자. 마거릿 대처 집권 초반, 런던 금융가는 ‘빅뱅(Big Bang)’이라 불리는 금융 규제 완화로 폭발적 성장을 구가하고 있었다. 1986년 이후 영국 GDP와 금융 부문 수익은 매년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그러나 같은 시간, 북잉글랜드의 탄광 도시들은 산업 구조조정의 폭풍 속에서 실업률 30~40%를 기록하고 있었다. 거시 지표의 화려한 성장과 특정 계층·세대·지역의 구조적 배제가 동시에 진행됐다.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K자 회복(K-shaped recovery)’이라 불렀다. 곡선의 위쪽 가지는 금융·자산 보유자를 위해 올라가고, 아래쪽 가지는 노동 소득에 의존하는 이들을 위해 내려간다.

1990년대 미국도 같은 패턴을 통과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나스닥은 400% 상승했고, 전체 실업률은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 번영의 구조 안에서, NAFTA 이후 제조업 일자리는 이미 국경 밖으로 이전되고 있었고, 대학 학위 없는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19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었다. 거시 수치의 번영은 2001년 닷컴 버블 붕괴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쳐 2016년 트럼프 당선이라는 정치적 폭발로 귀결됐다. 배제된 자들의 분노는 통계에 잡히지 않다가 투표함에서 폭발했다.

지금 한국의 구조는 이 두 패턴 사이 어딘가에 위치해 있다. 반도체라는 단일 산업이 수출과 GDP를 견인하는 동안, 반도체를 제외한 내수 기반 제조업 — 자동차·식료품·건설 — 의 취업자는 5월 한 달에만 전년 대비 14만 명 감소했다. 2019년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산업이 무너지는 자리를, 고용 없이 이윤만 창출하는 반도체가 채우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는 이 공백을 세금으로 메우려 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중심으로 한 재정지원 일자리는 고연령대 취업자 수를 통계적으로 떠받쳐왔다. 취업자 ‘총량’이 버텨온 이면에, 청년의 신규 진입은 43개월째 줄어들고 있었다. 지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표는 자신이 숨기고 있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철학이 이 균열을 읽는 방식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는 20세기 가장 날카로운 경고를 남긴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정부가 시장의 신호를 인위적으로 왜곡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했다.

“가격 신호는 분산된 지식을 전달하는 유일한 메커니즘이다. 그것을 억압하거나 대체하려는 시도는, 우리가 활용할 수 없는 지식을 마치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오만이다.”
— Friedrich Hayek, 《The Use of Knowledge in Society》, 1945 (저자 의역)

지금 한국의 고용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이 바로 이것이다. 기업은 비용 상승 —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경직성, 고용 해지의 법적 복잡성 — 에 반응하여 신입 채용보다 경력직을 선호하고, 필요하면 자동화를 선택한다. 이것은 시장의 정직한 신호다. 그 신호를 읽으면 제도의 구조적 문제가 보인다. 그러나 국가는 그 신호를 읽는 대신, 세금으로 노인 일자리를 만들어 총취업자 수를 유지했다. 하이에크의 언어로 말하면: 시장이 전달하는 불편한 진실을 재정으로 덮은 것이다.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이 문제를 더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정부가 사하라 사막을 관리하면, 5년 안에 모래가 부족해질 것이다.”
— Milton Friedman (저자 의역)

이 경구가 비유로 들린다면, 한국의 재정 지표를 보라. 2026년 국가채무는 GDP 대비 51.6% — 처음으로 50%를 돌파했다. 총액으로는 1,413조 8천억 원이다. 정부 지출 증가율은 8.1%로 코로나 대응 이후 4년 만의 최고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세수가 역대급으로 확보됐음에도, 빚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다. GDP 대비 채무 비율은 2027년 53.8%, 2028년 56.2%, 2029년 58%로 향하는 경로에 이미 올라서 있다.

국가채무 추이 (기획재정부) 1,413조 8천억 원 2026년 국가채무 전망 · GDP 대비 51.6% — 사상 첫 50% 돌파
2027년 53.8% → 2028년 56.2% → 2029년 58.0%
2026년 총지출 728조 원 · 증가율 8.1% (코로나 이후 4년 만의 최고)
국고채 총 발행한도 225.7조 원 (2026년)
출처: 기획재정부, 「2026년도 예산안」 및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세금으로 일자리를 사고, 빚으로 현금을 살포하는 구조 속에서, 반도체 호황이 만든 세수는 미래 세대의 부채를 막는 데 쓰이지 않고 있다.

동양의 현실주의 철학자 관자(管子)는 기원전 7세기 제(齊)나라의 재상으로서 국가 재정의 원리를 이렇게 설파했다.

國多財則遠者來,地辟舉則民留處。
(국다재즉원자래,지벽거즉민류처。)

“나라에 재물이 많으면 먼 곳의 사람도 찾아오고,
토지가 개간되어 일거리가 생기면 백성이 머문다.”
— 管子, 《管子》, 〈牧民〉편, 기원전 7세기

관자의 논리는 단순하다. 백성이 머무는 것은 선한 통치가 아니라 일거리 때문이다. 국가의 부는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 토대에서 나온다.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는 일거리가 아니다. 그것은 재분배다. 재분배는 분배할 것이 있는 동안만 지속된다.

철학은 모든 사건을 하나의 원리로 환원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같은 조건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 그 이유를 묻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재정으로 덮은 고용 시장 아래서 — 자산 장벽이 청년을 막아서다

재정으로 덮은 고용 시장 아래에서, 미래 세대를 절망케 하는 K자 분화의 또 다른 축이 움직이고 있다. 자산 시장, 즉 부동산이다.

소득이 무너질 때, 자산 격차마저 벌어지면 한 세대 전체가 사회 진입로를 잃는다. 이것이 지금 한국에서 진행 중인 일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14.73%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86년 이래 역대 최고 상승률이다. 노무현 정부 1년(11.68%), 문재인 정부 1년(9.41%)을 모두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가격 5분위 배율은 취임 직전 11.6배에서 13.4배로 확대됐다. 자산 불평등이 역대급으로 심화됐다.

서울 아파트 가격 동향 (KB부동산 / 한국부동산원) +14.73% 이재명 정부 1년 누적 상승률 (2025.05 ~ 2026.05) · 1986년 이래 역대 최고
노무현 정부 1년 11.68% / 문재인 정부 1년 9.41%
5분위 배율 11.6배 → 13.4배 (자산 불평등 역대급 심화)
서울 아파트 전세가 71주 연속 상승 중
출처: KB부동산 「월간주택 시계열」 /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그런데 집값이 오른다고 모두의 자산이 느는 것은 아니다. 한국 가구의 자산 구조에서 부동산 비중은 75.8%에 달한다. 이미 집을 가진 자에게 집값 상승은 자산 증가다. 집을 가지지 못한 자에게는 진입 장벽의 상승이다.

전세는 오랫동안 이 장벽을 낮추는 제도적 징검다리였다. 목돈을 모아 전세를 살고, 그 목돈이 불어나는 동안 내 집 마련의 기반을 쌓는 구조 — 이것이 한국 서민이 자산을 형성해 온 경로였다. 그런데 서울 아파트 전세값은 71주 연속 상승 중이다. 전세 징검다리를 밟기 위한 비용이 71주째 올라가고 있다는 뜻이다. 동시에 대규모 신규 공급은 부재하다. 공급 가뭄은 더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쉬고 있는 청년 38만 4천 명에게, 폭등하는 전세가와 좁아드는 공급은 주거 징검다리가 아니다. 소득(일자리)이 끊긴 청년에게 폭등하는 전세가와 자산 장벽은, 이 사회에 진입하지 말라는 거대한 바리케이드다.

반도체 호황의 이익이 기업에 집중될 때, 청년 일자리는 사라지고, 집값은 오르고, 국가 채무는 쌓인다. 이 세 개의 벡터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 지금 이 나라 경제의 민낯이다.

코스피 8천선 아래에서 우리가 묻지 않은 것

6월 12일, 코스피는 다시 상승했다. 트럼프의 발언 하나가 시장을 6% 이상 끌어올렸다. 이 나라의 주가는 이제 서울이 아니라 워싱턴에서 결정되는 것처럼 보인다.

반도체 수출 호황은 진짜다. 111억 달러 무역수지 흑자도 진짜다. 코스피가 8천선을 드나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 아니다.

이 글이 묻는 것은 하나다. 이 호황의 수혜자가 누구인가.

43개월째 줄고 있는 청년 취업자는 그 호황의 수혜자가 아니다. 71주 연속 오르는 전세값 앞에 선 무주택 청년은 그 호황의 수혜자가 아니다. 1,413조 원의 국가 채무 이자를 앞으로 수십 년간 납부해야 할 다음 세대도 그 호황의 수혜자가 아니다. 미래의 부채 청구서를 손에 쥐고 살아갈 그들에게, 지금의 코스피 8천선은 자신들이 참여하지 못한 자축 무대에 불과할 수 있다.

그리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가 재정 위기에 빠지기 전 공통적으로 경험한 것은 두 가지였다. 비교적 양호한 거시 수치와, 그 수치가 가리고 있던 구조적 채무 팽창이었다. 그들의 비극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았다. 매년 조용히 쌓이다가, 어느 임계점에서 한꺼번에 무너졌다.

관자는 말했다. 백성이 머무는 것은 일거리 때문이라고. 청년이 이 땅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을 때, 그들은 머물지 않을 것이다.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방식으로, 조용히.

지금 오르는 지수가 누구의 것인지를 묻는 것 — 멀리서 보아야 보이는 것이 바로 거기 있다.

바라보는 자의 기록이 멈추지 않는 이유다.


* 참고할 말씀: ‘지혜 있는 자는 이런 일들을 지켜보고, 여호와의 인자하심을 깨달으리로다.’ — 시편 107:43


반도체 수출 역대 최고, 코스피 8천선, 무역수지 111억 달러 흑자. 그리고 같은 날 — 청년 취업자 25만 명 감소, 43개월 연속 하락, 국가채무 1,414조. 어느 숫자를 보느냐가 아니라, 두 숫자가 동시에 가리키는 방향을 보는 것 — 그것이 이 시대 한국 경제를 읽는 방식이어야 하지 않을까.

¹ 국가데이터처, 「2026년 5월 고용동향」, 2026년 6월 11일. 청년(15~29세) 취업자 25만 5천 명 감소, 코로나 이후 최대 폭.

² 국가데이터처, 「2026년 5월 고용동향」. 15세 이상 취업자 2,912만 명, 전년 동월 대비 4만 명 감소. 17개월 만의 감소 전환.

³ 기획재정부, 「2026년도 예산안」 및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 2025년 8월 29일. 국가채무 1,413조 8천억 원, GDP 대비 51.6%.

⁴ KB부동산, 「월간주택 시계열」, 2026년 5월 기준.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 1986년 이래 역대 최고.

⁵ 한국은행·금융감독원·국가데이터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2025년 12월. 가구 자산 중 부동산 비중 75.8%.

⁶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조사」. 서울 아파트 전세가 71주 연속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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