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리유와 안사의 난

방리유와 안사의 난 — 환대 없는 수용의 결말

받아들이되, 곁을 주지 않은 나라들

2026.07.07 · 역사·한국사

이중의 수축: 한국의 현실로 읽는 세계 현대사의 구조 | 제6편 · 2026년 7월 · Watchman


노동력은 부르고, 사람은 아직 부르지 않는 나라

2026년 7월 6일부터 20일까지, 고용노동부는 3차 외국인력(E-9) 신규 고용허가 신청을 받는다.
올해 배정된 쿼터는 8만 명, 이번 회차에만 1만 2,630명이 제조업과 농축산업에 집중 배정된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줄어드는 생산가능인구를 외국인 노동력으로 메우겠다는 것이다.

숫자는 매년 늘어난다. 그런데 이 나라는 그들을 얼마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노동력은 수입하면서 곁은 내주지 않는 사회, 이것이 낯선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역사는 이미 두 번이나 증명한 적이 있다.

절도사들의 나라 — 안사의 난, 755년의 경고

당나라 현종 시대, 소그드계 혼혈 무장 안록산은 범양·평로·하동 세 절도사를 겸임하며 당나라 전체 병력의 3분의 1 이상을 손에 쥐고 있었다.
당은 이민족 출신 장수의 군사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도, 그를 중앙 정치체제 안으로 유기적으로 결합시키지 못했다.
필요할 때는 변방의 실권을 내주고, 조정의 권력 다툼에서는 그를 언제든 밀려날 수 있는 이방인으로 남겨둔 구조였다.

755년 12월, 안록산은 재상 양국충 토벌을 명분으로 거병했다. 한 달 만에 낙양이, 반년 만에 장안이 떨어졌다.
763년 2월까지 이어진 이 반란으로 당나라의 호적 인구는 755년 5,291만 명에서 764년 1,690만 명으로 급감했다고 기록된다.
이 수치의 급감은 대부분 실제 사망이 아니다. 국가의 행정 장악력과 조세 기반이 완전히 와해되어 호적 조사 자체가 불가능해진 데 따른 통계적 착시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이는 제국이 다시는 이전 체제로 돌아가지 못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당은 이후로도 명맥은 유지했지만, 875년 황소의 난을 거치며 결국 절도사 주전충에게 무너진다.

변방의 군사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도, 그 힘을 중앙 체제 안으로 들이지 않은 지배구조의 모순 — 이것이 안사의 난이 남긴 근본 질문으로 읽힐 수 있다. 힘은 빌리되 자리는 내주지 않는 구조는, 언젠가 그 힘이 등을 돌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변두리의 불길 — 방리유, 2005년과 2023년

시간을 건너뛰어 20세기 후반의 프랑스로 가보자.
2차대전 후 재건 붐 속에서 프랑스는 북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에서 값싼 노동력을 대거 받아들였고, 이들은 파리 외곽의 저가임대주택 단지, 즉 방리유에 정착했다.

프랑스의 동화주의는 애초에 악의적 배제를 의도한 제도가 아니었다. 출신과 종교를 묻지 않고 모두를 같은 공화국 시민으로 대한다는 ‘형식적 평등’의 철학에 가까웠다.
문제는 바로 그 지점에 있었다. 차이를 지우면 평등해진다는 이 형식적 평등주의는, 고용과 주거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소외를 오랫동안 은폐하는 결과를 낳았다. 제도는 평등을 말했지만, 현실은 그 말을 따라가지 못했다.

2005년 10월 27일, 파리 근교 클리시수부아에서 경찰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10대 소년 두 명이 변전소에 숨었다가 감전사했다.
이 사건으로 촉발된 폭동은 3개월 비상사태 선포, 차량 9천여 대 방화, 체포자 2,888명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18년 뒤인 2023년 6월 27일, 북아프리카계 소년 나엘이 검문 중 경찰 총격으로 숨지자 같은 방리유에서 같은 불길이 다시 일었다.
방리유 청년들의 실업률은 여전히 다른 지역보다 세 배 가까이 높고, 아랍계·흑인 청년이 불심검문을 받을 확률은 백인 청년보다 수십 배 높다는 조사 결과가 반복해서 보고된다.

철학은 모든 사건을 하나의 원리로 환원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같은 조건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 그 이유를 묻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수용과 환대 사이 — 반복되는 하나의 구조

당나라의 절도사 체제와 프랑스의 방리유는 1,300년의 시차, 전혀 다른 문명권, 전혀 다른 정치 체제를 갖고 있다.
그런데도 두 사례를 나란히 놓으면 하나의 구조가 선명해진다.
국가가 이방인의 힘이나 노동은 취하되, 그 자리는 내주지 않을 때, 그 간극은 반드시 어딘가에서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안록산에게는 그것이 반란이었고, 방리유 청년들에게는 그것이 방화였다. 형태는 다르지만 문법은 같다.

물론 무력을 쥔 변방의 군벌과, 권리가 제한된 오늘의 이주노동자를 평면적으로 같은 저울에 올릴 수는 없다.
그러나 핵심은 그 힘의 종류가 아니라 구조에 있다. 힘이든 노동이든, 그것만 취하고 체제 안의 구성원으로 통합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소외의 부메랑’이라는 공통점이다.

한국의 고용허가제(E-9)는 아직 절도사 체제도, 방리유도 아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설계 원리를 들여다보면 낯설지 않은 문법이 보인다.
E-9의 핵심은 ‘단기 순환 원칙’ — 정주(定住)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도 엄격히 제한된다.
노동력은 데려오되 정착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이 원칙이야말로, ‘환대 없는 수용’의 가장 명확한 제도적 증거로 읽힐 수 있다.

2026년 6월 선문대학교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도 한국의 이민정책이 여전히 ‘단기적 노동력 충원’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으며, 이주민을 지역 공동체의 동료 시민으로 받아들이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역사는 이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 노동력만 수입하고, 사람은 아직 들이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수축사회는 단순히 인구가 줄어드는 사회가 아니다. 자원과 몫이 줄어들면서 이방인을 향한 배타성이 극대화되고, 사회가 스스로 합의를 이뤄낼 힘마저 잃어가는 사회다.

한국은 지금 그 갈림길 한가운데 있다. 8만 명의 쿼터는 매년 늘어날 것이고, 정착하는 외국인 가정과 그 자녀들의 숫자도 함께 늘어난다.

중앙과 변방 사이 — 한국 지성계가 놓지 말아야 할 질문

안사의 난이 남긴 가장 날카로운 교훈은 이원화나 순환 원칙의 문제가 아니다. 힘(혹은 노동)을 변방에 집중시키면서, 그것을 중앙의 제도 안으로 통합할 구조는 갖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은 절도사에게 병력을 몰아주고도 그를 조정 안으로 들이지 않았다. 지금 한국에서 논의되는 이민청 신설 구상도 같은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이민 관련 기능을 하나의 조직으로 모으는 것 자체는 방향이 맞다. 그러나 조직을 어디에 두느냐를 둘러싼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뜨거운 것에 비해, 그 조직이 실제로 이주민을 지역 공동체의 의사결정 구조 안으로 들일 것인가 — 즉 변방의 힘을 중앙의 제도로 통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안록산의 절도사직처럼, 권한만 몰아주고 통합의 회로는 만들지 않는다면 이 제도는 이름만 바뀐 반복이 될 수 있다.

결국 수축 사회의 법칙을 깨기 위한 한국 지성계의 과제는 하나로 모인다 — 제도와 사회계약의 전면적 리모델링이다. 조직 개편은 그 시작일 뿐, 목적지가 될 수 없다.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지자체들이 외국인 정착 지원 예산을 서둘러 늘리는 지금, 정작 그 예산이 지역 주민 자치 조직이나 지방의회에 이주민의 실질적 목소리를 반영하는 구조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는 지적이 나온다. 힘을 빌리는 결정은 빠르지만, 그 힘에 자리를 내주는 결정은 여전히 느리다.

절도사에게 반란의 명분을 준 것은 당의 방치였고, 방리유에 불을 지핀 것은 형식적 평등 뒤에 방치된 차별이었다. 두 제국과 공화국 모두 힘을 빌렸지만 곁을 내주지 않았다.
바라보는 자의 기록은 사건이 아니라 패턴을 읽는다. 그리고 지금, 이 패턴 앞에 선 것은 우리 자신이다.

※ 앞선 글에서 우리는 로마의 게르만 동맹군과 서독의 게스트아르바이터가 남긴 교훈 — 노동은 빌릴 수 있어도 소속감은 빌릴 수 없다는 역사의 반복된 경고를 살펴보았다. → 제5편: 외국인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나라


* 참고할 말씀: ‘너희는 나그네를 사랑하라 전에 애굽 땅에서 너희도 나그네 되었었음이니라’ — 신명기 10:19


¹ 안사의 난 인구 통계 — 위키백과 「안사의 난」 항목
² 2005년 프랑스 폭동 — 위키백과 「2005년 프랑스 폭동」; 한국일보(2017.10.26)
³ 2023년 나엘 사건 및 방리유 실업률·불심검문 통계 — 경향신문(2023.07.03)
⁴ 2026년 E-9 쿼터 및 단기순환원칙 — 고용노동부 발표(2026.06.25); 나무위키 「외국인 노동자 문제」
⁵ 2026년 선문대 국제학술대회 — 전국인력신문(20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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